국제 경제·마켓

美 실리콘밸리에 다시 '돈 바람' 분다

글로벌 경기부진·저금리 추세에

투자처 찾던 자금 美 벤처 몰려

1분기 펀드 모금 자금 130억弗

2000년 '벤처 붐' 이후 최대

고수익률·장부상 이익 커 매력

"위험성 여전히 높아" 지적도





글로벌 경기부진과 저금리로 투자처를 잃고 헤매던 자금이 미국 벤처업계로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벤처캐피털에 금융시장의 큰손인 연기금 등 기관의 자금이 몰리면서 미국에 제2의 벤처붐이 일고 있다.


3월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벤처 관련 시장조사 업체인 ‘다우존스벤처소스’의 잠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1·4분기에 미국 벤처펀드가 모은 자금은 130억달러(약 14조8,7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닷컴붐이 일면서 약 250억달러의 자금이 벤처업계로 몰렸던 지난 2000년 4·4분기 이후 최대치라고 WSJ는 덧붙였다.

벤처캐피털별로 어느 정도의 자금이 모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벤처업계에서는 공개 자금모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악셀파트너스·파운더스펀드가 수십억달러를 조달했으며 클라이너퍼킨스커필드&바이어스·안드레슨호로위츠 등도 자금조달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정통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벤처펀드의 인기는 무엇보다 ‘수익률’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케임브리지어소시에이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벤처펀드는 11%의 수익률을 기록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 6.8%를 크게 웃돌았다. 벤처펀드에 투자한 필라델피아 투자회사 해밀턴레인의 마이크 켈리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10월 이후 벤처펀드가 급격히 팽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지난해 말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벤처투자의 인기가 사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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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펀드는 3~4년에 한 번씩 자금을 모집하며 연간 운용 수수료는 2~3%로 알려졌다. 통상 자금모집 이후 10년간 투자한 뒤 운용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데 수익률이 20~30%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실현이익인 장부상 이익이 크다는 것도 벤처투자의 매력이다. 운더스펀드가 2007년 모집한 2억2,700만달러 규모 펀드의 장부상 가치는 15억달러에 달하며 로켓 제조업체인 스페이스익스플로레이션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금은 가치가 16배나 올랐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와 빅데이터 업체 팔란티르테크놀로지 등의 투자 수익률도 8∼9배에 이른다.

하지만 벤처투자의 위험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의 자금 흐름은 전반적인 시장 상황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닷컴버블 붕괴는 2000년 3월에 시작됐지만 벤처업계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돼 그해 4·4분기 25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금유입이 벤처업계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WSJ는 “일부 벤처펀드는 장부상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현금으로 환수하지 못한 채 발이 묶인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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