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국제 흐름 반영 안된 헌재 결정

헌법재판소는 31일 착취나 강요를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해도 처벌하도록 하는 성매매특별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2012년 12월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2004년 법 시행과 정부의 일제단속 과정 등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킨 성매매특별법과 관련된 주요 판결이다. 성매매처벌법에는 강요나 인신매매 등으로 성매매를 하게 된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경우는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헌재는 합헌결정의 이유로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지만 논란과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장 주된 쟁점인 생존권적 차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국가나 공익적 가치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국제조류와 시대흐름에 맞느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몇몇 재판관이 위헌결정을 하며 “성도덕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인 반면 (생존문제 등) 기본권 침해는 절박하다”고 한 점에 우리도 견해를 같이한다. 비록 이번 판결이 성매매 여성을 다뤘지만 지체장애인·독거노인·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 등의 성 구매까지 제한하는 딜레마 등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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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성풍속·성도덕의 공익적 가치를 작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성매매가 갈수록 음성화하고 있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제앰네스티조차 성매매 범죄화에 반대한 이유가 매매현장의 최약자인 성노동자와 관련된 범죄가 음지에서 확인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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