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 홍길동을 자처한 국민의당



“정당이란 원칙적으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총선에 대한 각오를 밝히며 한 말이다.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권리와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국민의당이 1일 소속 후보들에게 제시한 ‘단일화 가이드라인’만 보면 안철수 대표가 강조했던 정당이란 가치와 의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더민주와 단일화 협상을 진행 중인 자당 소속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하려면 국민의당과 더민주라는 정당명을 빼고 여론조사를 돌려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미치지 못하니 간판 떼고 붙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한 셈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당명을 빼고 여론조사를 돌려야 후보자 개인의 자질을 정확히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최종 결정은 후보들이 하는 것”이라며 당의 방침에 강제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서울 강서병에선 당 지도부의 방침으로 인해 성사됐던 단일화 합의마저 파기됐다.


선거철마다 습관적으로 벌어지는 야권 단일화에 대해 국민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선거를 2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자고 ‘108배’를 하는 더민주 후보의 모습에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유권자들의 반응이 들려온다. 또 지지율이 몇 %가 됐든 선거에 출마해 유권자에게 이름을 알리고 다음 선거의 등용문으로 삼는 것 역시 후보의 자유다.

관련기사



하지만 거대 양당을 비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던 국민의당이 정당의 책임과 권리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안하다. 일개 여론조사에서라도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을 받는 것이 정당의 의무일뿐더러 정당명을 빼고 여론조사를 돌린다는 것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민주의 습관성 야권연대 주장 만큼이나 야권 연대를 합의해놓고 깨거나 뒷말을 내는 것 역시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를 만들어왔다는 점은 숱한 선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권 연대는 하지 않겠다가 당론인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앞서는 자당 후보의 단일화는 묵인하기도, 또 후보자 개인의 단일화는 제재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가이드라인을 내는 모습 역시 더민주의 막무가내식 단일화 주장만큼 “새정치가 아니다”라는 점을 국민의당이 인식하길 바란다.



박형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