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中 환심 사려다 제 발등 찍은 英

EU 中 저가 철강 반덤핑관세 강화 방해

타타스틸 英서 철수 원인 제공

FT "佛·伊 관료도 英 방해 인정"

英 정부, 철수 예측 못해 구설수

철강노동자 4만명 실직 위기에

영국 북동부 스컨소프의 타타스틸 공장. 지난달 31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타타스틸의 영국 사업 부문 철수 발표가 나온 뒤 자국 철강산업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컨소프=AFP연합뉴스영국 북동부 스컨소프의 타타스틸 공장. 지난달 31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타타스틸의 영국 사업 부문 철수 발표가 나온 뒤 자국 철강산업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컨소프=AFP연합뉴스




저가 중국 철강제품의 공세에 밀린 영국 최대 철강공장 타타스틸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해 발의한 높은 반덤핑관세를 가로막은 당사자가 다름 아닌 영국 정부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도 최대 철강회사인 타타스틸 영국 부문은 영국 내 임직원 1만5,000명을 비롯해 관련업계 종사자 4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영국 정부가 중국의 환심을 얻으려다 자칫 자국 철강 업계의 일자리만 날릴 위기에 처한 셈이다.


유럽 철강산업 로비단체인 ‘유로퍼(Eurofer)’의 악셀 에게르트 대표는 “영국은 무역보호수단을 현대화하려는 EU 각료이사회의 제안들을 거부한 소수그룹의 우두머리(the ringleader)였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주장했다. EU가 새롭게 적용하려던 방안은 덤핑이 의심되는 철강 수입품에 세금을 매길 때 덤핑마진과 피해마진 중 액수가 적은 쪽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현행 ‘최소부과원칙(Lesser Duty Rule)’을 종결하자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부과원칙을 유지해온 EU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최대 266%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미국과 달리 13%만 과세하는 상황을 감내해왔다.

유로퍼 측은 영국이 중국 정부의 환심을 사려고 반덤핑관세 강화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샤를 드 루시안 유로퍼 대변인은 AFP통신에 “대다수 덤핑사례는 중국산이기 때문에 반덤핑관세 체제 개정은 대중 관계와 직접 연결된다”며 “영국은 중국의 시장지위 인정에 우호적이며 중국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익단체인 유로퍼뿐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관료들도 반덤핑관세를 놓고 영국 정부가 EU와 반대되는 입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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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중국을 2대 무역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 아래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때는 영국 남부에 짓는 원자력발전소에 중국 국영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요 인프라 사업 참여의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일방적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영국 정부가 타타스틸의 갑작스러운 철수 발표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맞물려 여당인 보수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타타스틸이 철수방침을 밝힌 지난달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휴가를 즐겼으며 주무장관인 사지드 자비드 기업·혁신·기술장관은 호주로 출장 간 상태였다. 이들은 경영적 판단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통상 업무를 봤다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거세다.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캐머런 총리가 뒤늦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철강제품 공급과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중국 정부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생산하는 ‘방향성 평면 압연 전기강판’에 대해 14.5~46.3%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혀 체면만 구겼다.

0215A12 중국의 철강수출0215A12 중국의 철강수출


앞서 인도 최대 철강회사인 타타스틸은 유럽의 철강수요 침체가 길어지는데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경영부담이 커져 영국 사업 부문을 일부 혹은 전부 매각할 방침임을 밝혔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금리 인하와 보조금 지급, 세금 공제 등의 지원책을 내놓으며 타타스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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