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숭례문)광장에 서면 자신이 언덕 위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북으로 서울시청, 남으로 서울역 방향 모두 내리막길이다. 한양도성 성곽은 청계천이 흐르는 서울 도심 분지를 둘러싼 능선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성곽은 지금의 대한상공회의소·남대문시장 남쪽으로 지나갔다. 광복 후 서울이 성곽의 도시라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지난 2008년 이전까지 남대문은 성문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 ‘시내에 왜 이런 문이 있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 일제강점기와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성곽은 점점 파괴되고 남대문만 ‘고아’처럼 남았다. 성곽은 2008년 2월 화재 후 복원 과정에 일부나마 부활했다. 성곽도시로 서울을 재인식하게 한 셈이니 어떤 면에서는 전화위복이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