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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클래식 역사상 인간에게 가장 큰 환희와 기쁨을 선사한 교향곡을 꼽자면 아마 베토벤의 9번 ‘합창’일 것이다. 성악을 교향곡에 최초로 도입해 마지막 4악장을 작곡했는데 가사는 독일 극작가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에서 빌려왔다. 당시에도 최초이자 획기적이었던 이 작곡기법은 후대 교향곡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사실 베토벤은 제9번 교향곡을 성악이 없는 전통적인 4악장짜리 기악교향곡으로 만들고, 제10번 교향곡 전체에 성악을 넣은 ‘독일 교향곡’을 구상했으나 결국 9번 4악장에 합창과 성악을 넣기로 했다고 한다.


작품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음악으로 인류에 광명을 전달하고 싶었던 베토벤의 정신이 결실을 맺었다는 데 있다. 당시 베토벤은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이 교향곡을 완성하고 발표했다. 또 실러의 시에 곡을 붙이고자 마음먹은 것이 1798년, 런던 필하모니 협회로부터 교향곡 작곡을 의뢰받은 게 1822년이다. 1824년 2월 완성해 같은 해 5월 초연됐으니 거의 30여 년에 걸쳐 완성된 셈이다. 그야말로 베토벤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작품이자 베토벤 정신의 승리이고, 인류에 헌정한 환희의 대서사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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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당시 지휘를 베토벤 본인이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날 연주의 실질적 지휘자는 미하일 움라우프(1776~1830)였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지휘자 옆자리에서 악보를 보며 일생의 꿈이 음악으로 실현되는 환희의 순간을 그저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연주가 끝나도 알아채지 못하는 그에게 악장이 다가가 청중석 쪽을 보게끔 했고, 관객들이 환호하는 모습과 손수건이 휘날리는 광경을 보고서야 베토벤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청력 상실 후에도 이런 위대한 작품을 작곡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그 곡을 실제로는 들을 수 없었던 작곡가의 심정은 어땠을지. 음악가로서 필자의 가슴마저 미어진다. 하지만 베토벤의 이런 노력과 희생이 인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의 음악으로 남게 됐으니 세상일이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베토벤의 9번을 일생에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음악이라 생각한다. 어떤 경로든 좋지만, 음반으로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지휘(1951년)와 헤르베르트 본 카라얀 지휘 음반(1983년)을 권해 드리고 싶다. (테너)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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