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이 4일 만난 광주의 유권자들은 “아직 (투표일에 찍을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택시기사 나모(62)씨는 “더민주 밀어봤자 뭐 한대요. 맨날 (호남의) 모가지나 날려 불고”라면서도 “근디 국민의당으로 정한 건 아니고 쪼까 찬찬히 두고 봅시다잉”이라며 결정을 미뤘다.
‘정통 야도’ 광주가 흔들리는 것은 더민주에 대한 감정이 복잡해서다. 기저에는 노무현 정부의 ‘호남 홀대론’이 깔려 있다. 최근의 비례대표 파동은 여기에다 기름을 부었다. 나씨는 “김종인(비상대책위 대표)이가 잘하나 했드만 비례 본께 아니여”라면서 “김종인이 (호남 홀대하는) 친노들을 딱 잡아분 줄 알았는디 결국엔 (친노가) 지들 맴대로 비례해불고 김종인이는(비례) 2번 받고 입 씻어부렀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노 중심의 중앙위원회가 비대위의 비례대표 순번안을 뒤집자 더민주가 ‘도로 친노당’으로 비친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을 찍자니 새누리당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어린이집 원장 이모(45)씨는 “국민의당을 찍는 것은 새누리당을 돕는 거 같아요”라며 “더민주가 싫어도 광주에서부터 (더민주를) 밀어줘브러야 서울서 새누리랑 싸우지 않겄어요”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국민의당이 내세운 새 정치도 광주의 지지를 얻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이씨는 “새 정치 한다고 당을 맨든 건디 (국민의당) 후보자들 보믄 옛날 사람들이잖아요. 새 정치를 하겄어요”라며 이마를 구겼다.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던 20대 남성도 “이미지랑 후보자들이 다르잖아요. 겉하고 속이 다른께…”라며 지지를 망설였다.
50대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국민의당을 못 미더워했다. 노점상 김모(58)씨는 “국민의당 찍어봐야 (전체 의석 수가) 얼마 안 될 건디 광주가 발전하겄어”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김씨는 “용꼬리보담 닭벼슬이라고 국민의당에 몰아주는 게 나을 거 같기도 허요”라면서도 “나도 내 말이 맞는진 솔직허니 모르겄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