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식목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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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4월은 다른 달들에 비해 큰 특징이 없음에도 식목일이 끼어 있어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짜로 하루 더 쉬는 여유로움까지 얻기도 했다. 다른 기념일에 비해 상징성이나 의미가 크지 않은 듯한데 공휴일로 쉬기까지 하니까 어린 마음에 더욱 반겼던 것 같다. 그러나 중고교 때에는 정작 공휴일로 쉬기보다 학교와 단체 등이 주최하는 각종 식수(植樹) 기념행사에 끌려다닌 경험이 많다.


식목일이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했다. 세계적으로는 1872년 미국에서 처음 열린 식목일 행사가 우리에게 넘어와 4월5일로 고정화된 것이 해방 이듬해인 1946년이었다. 미 군정 시절이었지만 해방 정국에서 식목일 지정이 시급했던 것은 일제의 수탈과 땔감용으로 전국 산림의 피폐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날은 특히 신라 문무왕이 통일 후 당 세력을 몰아낸 날이기도 하고 조선 시대 성종이 직접 농사를 짓는 친경(親耕)행사를 한 날이기도 하다. 계절적으로도 나무 심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청명과 한식이 겹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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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 정식 공휴일이 된 것은 정부 수립 후 1949년 제정된 법에 따라서다. 하지만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그나마 남아 있던 산림을 완전히 황폐화 시켜버렸다. 1960년에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둑이나 산의 붕괴를 막자는 사방(砂防)의 날(3월15일)로 대체 지정했으나 이듬해 바로 다시 공휴일로 부활한다. 그후 공휴일에서의 제외론이 계속 제기되다 공공기관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맞춰 2006년부터 정식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식목일 2.0’이라는 정책 제안을 했다. ‘산림녹화’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식목일을 산을 즐기는 축제기간으로 활용하자며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나서 ‘헐벗은 붉은 산’에 나무를 심어왔던 노력과 ‘식목일의 추억’이 수십 년 만의 산을 즐길 수 있는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 뿌듯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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