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선비정신에 답이 있다

동양 문화의 정수 '유교'

中보다 조선에서 꽃피워

자본주의 보완해줄 보배

서울경제신문 여론독자부장서울경제신문 여론독자부장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제 강점기가 시작됐을 때다. 곳곳에서 의병이 봉기하자 초대 조선총독 테라우치는 심복인 다카하시 도오루에게 전국에서 벌떼처럼 의병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조사하라고 시켰다. 다카하시는 간신히 의병장 집을 알아내 찾아보니 총칼이 아니라 책상머리에 한결같이 ‘퇴계집’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조선의 의병장은 군인이 아니라 선비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총독에게 “조선에서 선비를 없애지 못하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의병 때문에 식민통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한다. 이때부터 선비정신에 대한 말살정책이 교묘하게 진행됐고 선비와 양반을 묶어 왜곡하고 폄하하는 조작문화정치가 실시됐다고 한다.

선비정신은 인(仁)·의(義)·예(禮)·지(智)·충(忠)·효(孝)·경(敬)·신(信)을 바탕으로 하는 유교적 세계관이다. 인의예지는 수신, 충효경신은 관계에 중점을 뒀다. 충은 나라에 해당하지만 현대에서는 국제사회로 넓혀지는 가치관이다. 이는 또한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우리의 개국 세계관과 신라의 화랑도, 고구려의 조의도, 백제의 수사도, 고려의 풍류도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지행일치(知行一致)·언행일치(言行一致)를 바탕으로 이들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이러한 선비정신이 요즘 들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한류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돼 참 다행이다. 선비정신을 내면화한 대표적인 왕 세종대왕, 선비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장군 이순신,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안중근 의사,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고결한 영혼’ 윤동주. 동방의 공자 퇴계 이황, 유네스코가 인류가 기념해야 할 인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선정한 정약용.


우리는 이분들의 삶을 들여다볼 때마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고 용기를 얻고 삶의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다. 아니 이분들의 삶·스토리를 소재로 삼아 한류 콘텐츠를 만들고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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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가 유일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동양 문화의 정수는 유교다. 유교는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그동안의 기록을 토대로 집대성하고 맹자가 크게 발전시켜 동아시아에 전파됐다. 특히 조선은 유교를 기반으로 창업한 국가였고 이후 유교적인 원리가 역사를 관통해 실로 유교를 제대로 꽃피운 나라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수시로 외침받았지만 오히려 유교적인 정신이 나라를 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발전된 우리 문화를 전해준 나라로 깔봤지만 이미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넓은 국토를 배경으로 도쿄 인구가 베이징을 크게 앞섰을 정도로 강대국으로 변했었다는 게 최근 사학자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사회주의가 들어선 후 유교 흔적을 지웠다. 제대로 동양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국을 찾아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디지털화하면서 지구촌은 아주 가까운 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토대로 우주로 나가는 비약적인 발전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촌은 이제 패권경쟁에서 협력의 시대로 전환할 것으로 요구받고 있다. 세계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신(神)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고 유교는 현실에 토대를 두고 예의와 도리를 강조하는 정신이다.

유교를 토대로 발전해온 선비정신이 서양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바탕 위에 자본주의의 결함을 보완해줄 것이다.

일제는 말이 앞서며 붕당을 조성해 분열을 일으키는 어리석은 민족성이라 비하했지만 다양한 해법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문제 해결의 토대가 될 것이다. 몸소 실천해온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제대로 채득하고 실천하기만 한다면.

선비정신을 고양시켜 나가자.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맡은 바 자리에서 인의예지, 충효경신. 선비정신에 답이 있다. /hhoh@sedaily.com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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