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조동철 98년 "디플레 우려...돈 풀어야"

금통위원 과거발언으로 내다본 향후 행보

함준호·신인석도 당시 구조조정 최전선





“구조조정 노력이 좌초하고 대외적인 충격을 받을 때 우리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2%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공식적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채 넉 달이 지나지 않은 1998년 3월 초 서울 명동의 은행연합회. 37세의 젊은 경제학자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해 8월. 그는 한국은행을 겨냥했다. 이규성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최한 통화정책회의에서 그는 미적대던 통화당국에 ‘과감하게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급감해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지금은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초기 단계다. 지금은 통화공급을 늘려 디플레이션을 막을 때”라고 말했다. 곧바로 박철 당시 한은 부총재보가 반박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한은은 백기를 들고 만다. 그가 바로 신임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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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의 첨병에 섰던 KDI 거시경제연구부에는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함준호 현 금통위원도 지난 1996년부터 조 수석과 함께 일했다. 함 위원은 IMF 환란 직전 정부가 은행 합병 등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꾸린 금융개혁위원회 15명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1997년 KDI 거시경제연구부에 합류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힘을 보탰다. 국가의 명운이 걸렸던 외환위기 과정에서 KDI에서 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들 젊은 경제학자가 이번에는 공교롭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함께 일하게 됐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수출은 줄고 내수는 살아나지 않는 만성적인 저성장의 틀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2014년 12월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은 상황에서 명목 균형금리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고 앞으로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질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 통화당국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며 디플레이션 논란을 촉발시켰다. 조 수석을 필두로 한 KDI 출신 금통위원들의 향후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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