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월세제도로의 전환이 가져 올 변화

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하태형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세제도는 확연히 기울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지역에서 거래된 전·월세 아파트 가운데 월세 비중이 40%에 달한다. 2013년 초까지 20%선을 지키던 월세 비중은 2014년 3월 30%에 이르더니 올해 말까지 50%마저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왜 그러한가. 그 이유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가 훨씬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 대비 전세가율이 서울 지역 평균인 74%라 가정해보자. 그러면 이 전세금을 은행에 예금해둘 경우 현재의 1년 정기예금이율인 1.6%를 적용하더라도 집값 대비한 연간 수익률은 겨우 1.18%에 불과하다. 반면에 월세를 놓을 경우 전·월세 전환율을 법정 상한선인 6%로 가정하면 연간 수익률은 4.2%, 즉 수익률 면에서 전세의 3.5배에 달하니 집주인으로서는 월세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만일 현행 금리 상황에서 전세금을 받아 월세 수익률과 같은 수익을 올리려면 집값의 250%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것은 깡통전세의 위험성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월세제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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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세제도에서 월세제도로의 전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바로 과거 시세차익을 추구하던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는 주식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예컨대 투자자들의 관심이 과거의 시세 차익중심 투자에서 앞으로는 배당 등 현금흐름을 보다 중시하는 주식투자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한편 이처럼 사람들이 조그만 현금흐름에도 민감해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통장 개설에서도 나타나듯, 더 이상 고객들은 과거 거래하던 은행에 관성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금리 차에도 민감하게 거래은행을 옮기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금흐름 중심으로의 고객들의 변화는 국내 금융기관에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에도 월세제도로의 전환이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세금의 규모는 약 47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세금이 무이자 차입이어서 대부분 집주인은 이들 자금을 이미 투자하거나 써버려 사실상 돌려줄 돈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월세제도로 전환하려면 그 이전에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므로 부득이 집주인이 다시 은행에서 주택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한계 수위인 1,200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전국의 전세금 470조원 가운데 약 300조원 정도만 추가로 은행권의 대출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국의 가계부채는 무려 1,50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으로 우리가 가계부채를 특히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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