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또 터진 역외탈세 의혹 조세정의 세우는 계기 삼아야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실태를 다룬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가 또 폭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 최대 로펌인 ‘모색폰세카’ 내부자료를 분석한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12개국 정치지도자와 유력 정치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 영화배우 청룽(成龍) 같은 저명인사들이 대거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전직 대통령 아들의 연루 의혹과 함께 한국 이름 195개도 나온다고 주장했다. 2013년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명단 폭로로 불붙었던 국제적인 역외탈세와의 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모두 탈세 목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기업이 해외거래의 특성상 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2013년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 내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이 245명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세무조사는 48명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페이퍼컴퍼니의 상당수가 자금세탁이나 도피, 비자금 창구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해당 로펌은 ‘멕시코 마약왕’ 라파엘 카로 킨테로 등 범죄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브라질 기업의 뇌물 스캔들에도 연루된 곳이다. 탈세 목적이 아니라면 이곳과 거래할 이유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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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은 1조2,861억원으로 3년 전보다 55%나 늘었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인들이 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여기에 대규모 역외탈세 의혹이 또 터졌으니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검찰과 세무당국은 이번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역외탈세로 판명될 경우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조세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강화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정치공방과 선거에 밀려 9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비준안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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