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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로봇 히어로] 휴보의 아버지 오준호 교수





DRC 우승을 거머쥔 DRC-휴보2는 휴보의 아버지라 불리는 KAIST 오준호 교수팀의 역작이다. 오 교수가 이끄는 휴보랩은 2004년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2009년에는 달리기가 가능한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 휴머노이드 ‘휴보2’를 선보이는 등 10년 넘게 국내외 휴머노이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DRC 우승으로 휴보와 휴보랩의 대내외적 위상이 더 높아졌으리라 봅니다.

휴보는 휴머노이드 연구용 플랫폼으로서 해외에 수출되고 있다. DRC 우승 이후에만 미국 등 4개국에서 7대의 DRC 휴보2 제작요청을 받았다. 또 해외나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로부터 공동연구나 투자 제의도 직간접적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판단, 잠정 유보시킨 상태다.

언제쯤 재난 대응 로봇의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화재와 수중 사고, 바이러스, 방사능 유출, 자연재해 등 모든 재난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존재는 사실상 사람뿐이다. 로봇의 경우 특정 재난현장에서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DRC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현장처럼 방사능 누출로 인해 사람의 접근이 불가한 곳에서의 임무에 특정돼 있었다. 즉 사람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재난 대응 로봇의 실용화는 갈 길이 멀다. 다만 재난현장에서의 로봇 활용은 상황의 절박함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미 실용화된 화성탐사 로봇과 군사용 로봇이 그 실례다. 재난 대응 로봇도 마찬가지다. 특정 임무에 국한되고, 사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정말 필요하면 당장 투입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한 기술적 선결과제나 난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적 한계는 인류의 직면한 과학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자율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과 인공근육, 원격제어, 고온을 견뎌내는 소재 등 여러 가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휴머노이드가 로봇의 궁극적 모습이라 보십니까?

그런 생각은 과거에도, 지금도 변함없다. DRC에서 휴머노이드가 주류를 이룬 것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최적의 로봇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견마로봇, 다족(多足) 로봇, 생체 모방 로봇 등 여타 로봇은 특정 목적에 맞춰 개발되는 반면 휴머노이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신하는 개념을 지향한다. 인간을 대신할 다목적 로봇이라면 휴머노이드가 가장 적합하다. 지난 2013년 견마로봇 ‘빅독(Big Dog)’의 제작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해 8개 로봇공학 기업을 인수한 구글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강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기술적 취약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전반적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로봇 강국이라 할 수 없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강하다고는 하지만 휴보를 빼면 별다른 실체가 없다. 투자비용만 봐도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은 미국, 일본, 유럽처럼 의료·군사·산업용 로봇의 기술기반이 없는 탓이 크다. 예컨대 로봇 강국들은 1800년대말 근대과학의 태동기부터 재료와 소재, 물리학 등 모든 과학의 기초를 튼튼하게 쌓았다. 반면 한국의 로봇 기술 역사는 길게 잡아도 30년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부품소재를 모태로 산업용 로봇에서 꽃을 피운 뒤 서비스 로봇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첨단기술로 넘어간 것이다. 이렇게 기초가 약하니 로봇의 기반기술이 취약하고, 제대로 된 로봇 플랫폼도 없다.



우리나라가 로봇 강국, 휴머노이드 강국의 입지에 오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프랑스와 중국인들은 아이디어가 많다. 반면 우리는 안전한 것을 쫓는다. 또한 관료적이고, 규제가 많은 데다 정부 지원도 가시적 성과에 치우쳐 있다. 한마디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힘든 환경이다. 드론만 해도 이미 4~5년 전 시작했지만 경제성을 따지다가 시장선점 기회를 놓쳤다. 유럽이나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중국보다도 창업 열기가 떨어진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분위기가 학생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의 깊이가 없다. 학생들은 실질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사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훨씬 더 용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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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시스템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는 아직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체계적 지원시스템 자체가 없다. 그러다보니 휴보랩도 2004년 이후 7년 동안 지원받은 연구비가 연평균 약 5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연구비는 레인보우를 창업한 후 발생한 자체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로봇 분야를 지원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부가 없어지면서 그렇게 됐는데, 제대로 핸들링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봇 분야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도전해봐야만 한다. 그럼에도 산업부의 과제는 3년 내 성과가 도출돼야만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 이 같은 프레임에서는 우수한 성과가 도출되기 어렵다. 산업부는 산업용 로봇과 부품·소재를 전담하고, 아이디어와 원천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연구는 무엇입니까?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주력할 생각이다. 첫 번째는 DRC 휴보2의 보급 사업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7대 정도가 협의 중이고, 3대는 구체화된 단계다. 기술적 미비점을 보완해 사용이 편하고, 고장이 적도록 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번째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인간형 로봇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과제다. 연구기간 5년의 프로젝트로서 DRC 참가로 2년여간 수행하지 못했던 액추에이터, 알고리즘, 감속기 등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새로운 로봇 플랫폼의 개발이다. 현재 레인보우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로봇은 아니며, 의사 등 전문가들이 이용하는 의료 로봇과 서비스 로봇이 대상이다. 특허 등의 문제로 세부사항의 공개는 어렵다. 이르면 1년 내에는 공개가 가능할 것이다.

DRC 우승상금을 연구에 재투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 투자계획을 알려주신다면.

아직은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휴머노이드 개발과 새로운 의료로봇 개발 등에 2년간 활용할 계획이다. 법인세 22%와 DRC 참가 경비, KAIST 기부금을 제하면 실제 투자금액은 상금의 절반 정도가 될 것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DRC 휴보2를 시연하실 예정인데.

하루 두 차례의 스페셜 데모를 할 계획이다. 시연 외에는 인터뷰와 워크샵 일정이 잡혀 있다. 다보스포럼을 마치고 싱가포르에서도 강연이 있다. 그동안 강연과 행사에 다수 참가하다보니 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다. 올해까지만 강연을 하고, 내년부터는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초등학생들에게는 꿈을 넓게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로봇 공학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방면에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로봇은 융합학문인 만큼 수학과 물리학, 전자공학을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이라면 상상력을 더욱 키워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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