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250달러에 불과하지만 골프의 신(神)만이 주인을 점지해주는 옷이 있다.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 얘기다.
80번째 마스터스 주간이 돌아왔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의 신비감이 어린 마스터스는 메이저 중의 메이저대회라 불린다. 그린재킷을 차지하려는 골프 스타들이 집결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 올해도 전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밤(한국시간) 개막해 나흘간 열전에 들어가는 2016년 남자 골프 첫 메이저대회는 어느 해보다도 우승자를 점치기 어려운 혼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대회의 스토리라인을 형성하는 주인공으로 먼저 조던 스피스(23·미국)와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를 꼽을 수 있다. 스피스는 2연패를 노리고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를 모두 한 번 이상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한 조각을 향해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기록적인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왕관을 썼다. 유리판 그린을 요리한 그는 지난 1997년 타이거 우즈(41·미국)가 세운 대회 최소타 타이(18언더파 270타)를 작성하며 우즈도 못해본 통산 5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까지 이뤄냈다. 기세를 이어 US 오픈까지 메이저 2연승을 포함해 시즌 5승을 거뒀다. 올해 1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제패로 질주를 이어가던 그는 그러나 이후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하는 슬럼프 조짐으로 최근에는 세계 1위 자리를 제이슨 데이(29·호주)에게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이 때문에 PGA 투어 홈페이지는 스피스를 우승후보 5위로 예측했다. 마스터스에 단 두 차례 출전해 2014년 공동 2위와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그는 부활을 벼른다.
매킬로이는 US 오픈(2011년), 브리티시 오픈(2014년), PGA 챔피언십(2012·2014년)을 제패해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마스터스 우승만을 남겨뒀다. 이번이 어느덧 8번째 출전인 매킬로이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4위에 올랐고 2011년에는 최종일 80타를 쳐 공동 15위로 내려앉았으나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렸다. PGA 투어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우승이 없는 그를 우승후보 4위에 올려놓았다.
‘호주 듀오’ 데이와 애덤 스콧(36)도 강력한 도전자들이다. 데이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델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등 3월에만 2승을 거두는 상승세로 세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마스터스에서 2011년 공동 2위, 2013년 단독 3위에 올랐던 데이는 지난해 PGA 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 2연승을 겨냥한다. 우승후보 2순위에 올랐다. 우승후보 3순위 스콧 역시 조기 탈락한 매치플레이 전까지 2~3월에 걸쳐 공동 2위(노던트러스트)-우승(혼다)-우승(캐딜락)으로 불을 뿜었다. 2013년 롱 퍼터로 그린재킷을 차지했던 스콧이 일반 퍼터로 바꾼 올해 어떤 성적을 낼 것인지 관심이다. 여기에다 PGA 투어 홈페이지가 우승후보 1위로 꼽은 리키 파울러(미국)까지 ‘5룡 전쟁’ 구도가 대체적인 시각이다. 파울러는 평균스코어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는 복병이다.
2012년과 2014년에 우승한 버바 왓슨(미국)과 마스터스 3승의 베테랑 필 미컬슨(미국)도 빼놓을 수 없다. 오거스타는 왼손 골퍼에게 유리한 코스로 분석되기도 한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 선수로는 세계 26위 안병훈(25·CJ그룹)이 랭킹 50위 이내에 들어 유일하게 출전한다. 안병훈은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마스터스에 나선 경험(컷오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