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분위기 바뀌는 삼성] <하> 변화 시작한 기업문화

글로벌 IT기업 벤치마킹

빠르고 날렵한 'JY'식 문화 착근

매월 부서별 온라인 토론회 진행

이슈토론방·댓글 상담실 활용해

관료주의 조직 문화 대혁신 나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최근 온라인 대토론회를 실시했다. 사업부 임직원이 모두 참여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어떻게 하면 사업부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지를 토론한 것이다. 당시 나왔던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복잡한 업무 처리 과정의 간소화였다. 관료적인 조직문화가 강해지다 보니 형식에 치우쳐 정작 창의적인 생각은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근 삼성의 변화가 엿보이는 가장 핵심은 기업문화다. 그룹의 맏형인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바이오 계열사도 기업문화를 송두리째 바꾸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주요 계열사부터 시작하지만 단계적으로 다른 계열사도 이 같은 혁신 작업을 도입할 것이라는 게 삼성 내부의 시각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빠르고 날렵한’ 것을 핵심으로 한 ‘이재용식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삼성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는 지난달 있었던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전후해 사업부별로 내부 온라인 토론회를 열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사업부장이 해당 문제점을 고치겠다는 전략이다. 또 사업부별로 토론회를 매월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이슈 토론방과 댓글 상담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혁신 선포식’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까지 2년여에 걸쳐 불합리한 인사제도와 관료적인 기업문화를 하나씩 뜯어고치겠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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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사업부별로 업무 방식과 일하는 내용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사업부별로 내부 토론회를 활성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임직원 간의 벽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문화 혁신의 경우 1차적으로는 생활가전(CE)과 IT·모바일(IM) 같은 세트 부문부터 적용한다. 반도체 같은 부품과 삼성SDI와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같은 전자 계열사는 조직문화 혁신안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초 직급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을 포함해 기업문화 혁신작업에 들어갔다. 계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혁신작업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우선 세트 부분부터 하기 때문에 우리가 적용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점은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변화는 권위주의적인 문화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의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해 적정 휴가와 잔업과 특근을 막기 위한 ‘버짓제(예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9계명’도 신설했는데 이는 삼성 임직원의 행동과 사고를 모두 혁신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6월께 구체안이 나올 예정이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호칭부터 시작해서 업무공간 배치까지 일일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삼성이 변화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 안팎에서는 커다란 항공모함 같은 삼성이 한 번에 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임직원 수가 9만6,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거대 조직이 됐다. 내부적으로도 세부안이 아직 나오지 않아 다소 혼란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삼성의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위에서부터 지시하는 방식의 기업문화 혁신이 아닌 아래서부터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삼성의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국내 대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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