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를 포함한 광의의 국가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1,3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발 ‘내수절벽’을 막기 위해 국채를 찍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따른 여파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5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
미래에 지급될 공무원·군인연금액 등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연금충당부채와 국채·주택청약저축 등을 포괄한 광의의 국가부채는 2015년 말 1,284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72조1,000억원(5.9%) 증가했다. 2011년 773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국가부채는 불과 4년 사이 511조3,000억원(66.1%)이나 급증했다. 1인당 국가부채는 2,538만원으로 2014년(2,405만원)보다 133만원 늘었다.
세부적으로 연금충당부채가 659조9,000억원으로 전체 국가부채의 절반(51.4%)을 넘었다. 국채·주택청약저축 등의 부채도 624조9,000억원으로 1년 새 55조8,000억원(9.8%) 불었다.
정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의 나라 살림살이에서도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관리재정수지는 38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43조2,000억원 적자)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것이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 달해 2014년의 2%에서 불어났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강조해온 ‘균형재정’도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말하고 정부도 2013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오는 2017년 재정적자를 GDP 대비 0.4%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년 재정적자가 반복되고 부족한 재원을 국채를 찍어 조달하다 보니 국가채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앙·지방정부의 현재 부채를 보여주는 국가채무(D1)는 지난해 말 현재 590조5,000억원으로 1년 사이 57조3,000억원(10.7%) 급증했다. GDP대비로는 37.9%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아직 전 세계 주요국에 비해서는 양호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증가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1996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며 복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남발하면서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가 229.2%에 이르렀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