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행·감독당국·브로커 ‘불법대출 검은 고리’…檢 무더기 구속

은행·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 기소…돈 받고 1,100억원대 불법 대출 알선한 혐의

부실기업에 1,100억 원대 불법 대출을 알선하거나 눈 감아준 대가로 금융브로커를 통해 수천만 원을 받은 은행·금융감독원 전·현직 직원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은행·감독 당국·금융브로커 사이의 ‘검은 고리’가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와 시스템 취약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박길배 부장검사)는 디지텍시스템스가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도록 도운 대가로 돈을 받는 등 뇌물수수 혐의로 산업은행 팀장 이 모(5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 모(60)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디지텍시스템스의 금융감독원 감리를 무마시켜주겠다며 수천만 원을 받은 전 금융감독원 부국장 강 모(58)씨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디지텍시스템스가 불법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은행권에 로비하고 돈을 챙긴 금융브로커 최 모(52)씨 등 5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곽 모(41)씨 등 3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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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1,100억 원대 불법 대출 시나리오가 시작된 건 디지텍시스템스가 2012년 2월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M&A)’로 기업사냥꾼들에게 인수되고부터다. 당시 디지텍시스템스는 ‘회사가 사채업자에 매각됐다’는 풍문에 대해 뒤늦게 공시를 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매매정지 처분을 받아 거액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업사냥꾼들은 은행별 ‘맞춤형’ 브로커를 2억2,000만~4억5,000만 원을 주고 대거 고용했다. 이후 이들을 통해 “대출을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산업은행 팀장 이 씨에게 2,000만 원을, 국민은행 전 지점장 이 씨에게는 3,000만 원을 전달했다. 또 당시 현직에 있었던 금감원 부국장 강 씨에게도 디지텍시스템스의 특별감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3,300만 원을 줬다. 그 결과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12월~2013년 11월까지 수출입은행·산업은행·국민은행·BS저축은행·농협 등에서 각각 50억~40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50억 원어치의 무역보험공사 지급보증서까지 포함하면 총 1,16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후 불법 대출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작년 1월 상장 폐지되면서 ‘회수 불가’로 이어졌고, 이는 곧 금융권 부실을 초래했다. 현재 불법 대출로 아직 상환되지 않은 금액은 산업은행이 218억 원, 수출입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20억 원, 269억 원이다. 무역보험공사(50억 원)와 농협(57억 원), BS저축은행(41억 원) 등도 각각 수십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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