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백질 응집과정 규명...암·치매 예방·치료법 마련 길터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함시현 숙명여대 교수

슈퍼컴퓨터·열역학 이용

단백질 등 생체분자 간

상호작용 메커니즘 파악

물이 끼치는 영향도 밝혀내

정상세포→질병세포 변환

전 과정 알아내는게 목표

인체는 동(動)적인 존재다. 인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세포, 그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며 세포의 생로병사를 결정하는 세포보다 더 작은 크기의 생체분자 역시 마찬가지다. 1피코초(1조분의1초)라는 ‘찰나’보다 짧은 시간부터 길게는 몇 시간에 이르기까지 세포와 생체분자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과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 어떤 규칙을 갖는지를 밝혀내는 일은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중요한 열쇠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4월 수상자인 함시현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는 단백질 등의 생체분자 간 상호작용의 메커니즘과 원인을 파악하고 독자적 원천기술인 ‘역동 열역학(Fluctuating Thermodynamics)’을 고안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함 교수는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이나 당뇨·암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인 단백질 응집의 초기 메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단백질 응집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초기 단계에는 특정한 구조가 없어 빛을 쬐거나 방사선 촬영, 전자기파의 반응 등의 방법으로 응집 과정을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함 교수는 슈퍼컴퓨터와 열역학을 접목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단백질 응집 과정을 관찰했다. 특히 구조가 정형화돼 있지 않은 무정형 단백질의 응집 과정을 알아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치매·파킨슨병·당뇨·암이 발생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무정형 단백질 응집이다. 함 교수는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 치매는 독성을 띠는 단백질 응집체에 의해 뇌신경세포가 손상돼 정신 및 행동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데 기존 치매 치료는 이러한 장애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이라며 “단백질 응집 과정을 알면 이를 역이용해 효과적인 치료 및 예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또 단백질 주변의 물이 단백질 응집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단백질의 응집 성향을 예측하기 위해 단백질 자체만 바라보지 않고 인체 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함 교수는 “연구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역동 열역학 기술과 슈퍼컴퓨팅 알고리즘을 통해 수용액 상태의 무정형 단백질과 주변 물 분자의 움직임과 분포를 분석했다”며 “분석 정확도가 90%일 정도로 알고리즘의 성능 역시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체 내 정상세포가 질병세포로 변하는 모든 과정을 파악하는 것이다. 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에서 생체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왜 생체분자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 형태로 한눈에 보는 접근법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역동 열역학이다. 기존 열역학은 생체분자 간 반응의 전과 후의 변형된 에너지 크기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단순히 전후만 비교해서는 생체 내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모두 포착하기 어렵다. 함 교수는 “인체 속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부분을 촬영한 ‘스틸 컷’만 보고 영화를 이해할 수는 없다”며 “열역학과 동력학을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동 열역학은 해상도가 높은 비디오카메라를 가지고 생체반응의 모든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촬영한 뒤 반응 간 선후·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역동 열역학의 정확도를 더 높이고 실용화가 가능할 수준으로 해야 하는 등 보완 작업을 거쳐야 하지만 그 유용성과 잠재력을 보고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공동 연구를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14년부터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에서도 함 교수 연구실의 역동 열역학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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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시현 숙명여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역동 열역학(Fluctuating Thermodynamics)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함시현 교수 연구실함시현 숙명여대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역동 열역학(Fluctuating Thermodynamics)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함시현 교수 연구실




함시현 숙명여대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에게 전산화학 연구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전산화학은 화학시료나 실험도구 대신 컴퓨터로 분자의 모델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연구실 내의 컴퓨터와 관련 자료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함시현 교수 연구실함시현 숙명여대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에게 전산화학 연구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전산화학은 화학시료나 실험도구 대신 컴퓨터로 분자의 모델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연구실 내의 컴퓨터와 관련 자료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함시현 교수 연구실


생체 내 질환과 연관된 응집 단백질과 정상 단백질의 응집 성향을 규명하는 데 주변의 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함시현 교수의 논문은 지난 2014년 세계 응용화학 분야의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 저널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생체 내 질환과 연관된 응집 단백질과 정상 단백질의 응집 성향을 규명하는 데 주변의 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힌 함시현 교수의 논문은 지난 2014년 세계 응용화학 분야의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 저널의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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