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비전통적 통화정책 딜레마 극복하기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많은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훼손될 경우 수익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많은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훼손될 경우 수익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금리가 제로가 되었는데도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이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금시초문의 정책까지 시행되고 있다. 소위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란 무엇이며, 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아본다.




경제학과 재무이론에서는 대부분 금리를 영(0) 이상의 양수라고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한다. 많은 모형이 도입되었는데 그중에서 특히 많이 쓰이는 ‘CIR 확률과정’으로 불리는 모형이 있다. 이 모형에서는 금리에 제곱근(루트)을 취한 식이 등장한다. 양수라야 제곱근을 취할 수 있다. 음수에 대해 제곱근을 취하면 허수가 된다.

금융위기 이후에 다양한 통화정책이 시행되더니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했다. 물론 이론이 실제에 맞추어 수정되어야 하겠지만 조금 과장해 보자. 위에서 언급한 이론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면 금리가 허수가 된다. 교과서에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더니 초저유가 국면을 유발하면서 몇몇 산유국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제 위기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중국까지 그 파장이 이어지면서 중국마저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는 그야말로 ‘글로벌’해지고 있는데 처방이 마땅치 않다.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 등을 복합적으로 잘 실행해야 하는데, 재정정책을 사용하기가 힘들어진 것이 문제다. 경제가 잘 돌아가던 시절에 정부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부채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다 보니 대부분 국가들의 국채 규모가 늘어나 버렸다. 결국 진짜로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팽창적 재정정책을 사용하기 힘들어져 버렸다.

남은 것은 통화정책이다. 이제는 팽창적 통화정책을 화끈하게 실행하고 있다. 금리가 제로가 되었는데도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되더니 마이너스 금리라는 금시초문의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소위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통화정책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은 금리가 제로 수준이 되어도 계속 통화를 늘려가는 정책이다. 통화 발행은 주로 은행들이 보유한 다양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사들이고 채권대금을 지급하는 형태, 즉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실행된다. 사실 유동성이 부족하던 은행들에게 유동성이 공급되면 은행은 일단 상황이 좋아지고 파산 확률은 줄어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은행들이 위기로 인해 새가슴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주어져도 이를 활발한 대출을 통해 유통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껏 유동성을 제공했지만 이를 대출을 통해 유통시키지 않고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경우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 대출이 집행되어야 돈이 돌고 경기가 회복되는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에는 통화증가 효과가 반감된다.


이렇게 은행들에 남는 유동성을 중앙은행에 예치하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 마이너스 금리이다.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는 경우 소정의 금리를 지급하던 관행을 바꾸어 금리를 주는 대신 예치에 따른 보관료를 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유인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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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복잡하다. 마이너스 금리에 놀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집행하기 시작하면 경기가 좋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가 쉽게 좋아지지 않는 시점에서 은행 대출이 과하게 집행되면 부실화되는 대출이 늘어난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집행해야 돈이 돌면서 경기가 부양되지만 경기 호전이 늦어지면 거꾸로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은행들은 상당 부분 딜레마적 상황에 처한다. 이렇게 되면서 은행 상황이 다시 나빠지는 것이다. 유동성을 공급받을 때만 해도 파산 확률이 줄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이제 대출을 적극적으로 집행하면서 은행대출의 부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부과하는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일반 고객들에게 지급하는 예금이자도 대폭 하락하고 차주들에게 대출하고 받는 대출금리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은행수익의 원천인 예대마진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금리가 높으면 예대마진도 높아진다. 차이를 많이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대폭 하락하면 예대마진도 낮아진다. 은행이 또 한 번 타격을 받는 것이다. 대출 집행을 늘리다가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타격을 받고 이제 예대마진이 대폭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진다. 이렇게 보면 양적완화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 모두 은행을 희생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은행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하고 이는 또 한 번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은행은 갯벌과 같은 존재이다. 오염물질이 강에서 바다로 흘러들어올 때 갯벌이 오염물질을 잘 걸러주면 바다는 오염되지 않는다. 은행이 대출을 집행하다가 부실대출이 생겨도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양호하면 은행이 자기 이익의 일부를 동원하여 부실대출을 메우면서 부실이 경제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부실대출을 자기 스스로 메울 수가 없다면 은행은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우량대출도 회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멀쩡한 회사까지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일부 회사의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면 이로 인해 다른 회사까지 피해를 받으면서 경제 전체로 위험이 확산되는 것이다. 갯벌이 오염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일부 강물의 오염이 바다 전체로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와 스웨덴은 은행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집행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버블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의 경우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통해 화폐 발행을 늘리면 자국 통화가치가 낮아지면서 자국 기업의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하지만 이는 주요 국가 간에 환율전쟁을 유발시키면서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고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 내에서 은행이 중심이 되어 기업 및 산업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양적완화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시행되는 경우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훼손되면 수익 기반이 취약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아직 우리나라 금리는 양수인 상황이므로 전통적 통화정책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어 비전통적 처방을 검토해야 할 경우가 오더라도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이 초래되지 않도록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팀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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