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보험산업 재편 시작됐다] 알리안츠·동양생명 품은 中 안방보험 단숨에 업계 5위로

<상> 인수·합병의 서막

막강한 자금력의 중대형사 탄생

삼성·한화 등 '빅4' 아성에 도전

"알리안츠 손절매 했다" 평가 속

새 주인 찾는 ING·KDB·PCA

몸값하락 우려에 매각 속도낼 듯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종합 금융사인 안방보험의 품에 안겼다. 안방보험의 국내 보험사 인수는 지난해 동양생명에 이은 두 번째로 보험시장에서도 ‘차이나 인베이전(China Invasion)’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국내 보험사들의 경영 환경이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및 수익성 악화로 어려워지고 있어 대형 보험사 위주의 시장 재편을 위한 인수합병(M&A)의 서막이 열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안방보험에 인수된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의 자산규모를 합치면 39조2,219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업계 5위다. 자산 29조5,556억원으로 기존 5위 자리를 유지했던 ING생명과는 10조원가량 차이가 나며 자산 57조2,190억원의 농협생명과는 격차가 20조원이 채 나지 않는다. 안방보험이 중소형 보험사 인수에 추가로 나설 경우 단번에 4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구도다.


이들 보험사가 보유한 설계사 수를 합치면 이 또한 업계 5위 규모다. 보유 설계사는 동양생명이 3,606명, 알리안츠생명이 3,418명 등 총 7,024명으로 1만811명을 거느린 신한생명 다음 규모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통합만 된다면 삼성·한화·교보·농협 등 이른바 ‘빅4’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강해 허리 라인이 약하다고 평가받던 생명보험업계에 확실한 중대형 보험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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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축성보험 및 온라인 채널이 강한 동양생명과 변액보험 및 보장성 보험에 강점이 있는 이들 보험사의 특징을 감안하면 시너지 창출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측 간 조기 통합시 지급여력(RBC)비율 문제는 물론 이질적인 조직문화에 따른 부작용 및 계약 이전 문제 등 고려할 사안이 많아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통합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회사를 합치면 확실한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있는 만큼 업계 순위 뒤바뀜 등 다양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보험산업 규제 완화로 인해 업계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1999년 인수한 제일생명에 1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키운 알리안츠생명을 사실상 ‘손절매’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내 보험업계 재편이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8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만큼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최근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들의 매각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 가격은 당초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2,5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 매각으로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들은 더욱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 간 이합집산이 더 심해지면 대형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새 주인을 만나야 하는 보험사는 ING생명과 KDB생명·PCA생명 등이다. ING생명은 자산은 업계 5위 규모인데다 당기순익은 전체 생보사 중 4위 규모인 3,048억원으로 ING생명만 인수해도 국내 보험사 순위가 다시 뒤바뀔 수 있는 만큼 가장 주목받는 매물로 손꼽힌다. ING생명은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2013년 1조8,400억원에 인수했으며 최근 모건스탠리가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다. 보험사 매물이 앞으로 점점 제값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조기 매각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 중형 보험사로 분류되는 KDB생명은 자산 15조4,311억원에 당기순익 276억원 수준이다. 영국계 PCA생명은 자산 5조2,504억원에 당기순익은 205억원으로 지난해 매각 주간사를 모건 스탠리로 선정했다. 이들 보험사 또한 확실한 성장 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몸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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