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해외 농경지 투자로 연기금 포트폴리오 다변화

글로벌 큰 손 투자 확대 나서자

행정공제회 등 검토 작업 진행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편중된

대체투자 자산 다변화 장점

경기영향 적어 투자 매력도 커

최근 주요 선진국 대학연금·공무원연금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농경지(농작물을 경작하는 토지) 매입에 나서며 국내 연기금들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주로 편중된 국내 연기금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데다 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도시화 및 인구 증가와 맞물려 농경지의 자산가치가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8조2,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행정공제회는 최근 실무진 선에서 해외 농경지 투자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경지 투자는 옥수수·밀·보리 등 각종 곡물이나 견과류·특수작물 등을 경작할 수 있는 농지를 매입해 임대하고 임대료 수익 및 향후 농지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리는 방식이다. 행정공제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농경지에 대한 세부적인 투자 절차나 해외 운용사 중 어떤 곳이 농지 투자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아직은 특정 지역이나 개별 투자 건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연기금이 해외 농경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글로벌 ‘큰 손’들이 북미·호주·아프리카 등지에서 농경지를 대거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농경지가 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과 더불어 또 하나의 대체투자 자산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프리퀸에 따르면 농경지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설정액 기준)는 지난해 말 기준 39억달러로 2009년(5억달러) 대비 680%나 급증했다. 미국·브라질·호주·동유럽 등지에서 160만에이커가 넘는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TIAA-CREF)은 최근 추가로 30억달러 규모의 두 번째 농경지 투자 펀드 조성을 마무리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들은 해외 농지 투자의 매력은 무엇보다 해외 업무용빌딩(오피스)이나 호텔 등에 ‘쏠린’ 해외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연기금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저금리로 인해 풀린 과도한 유동성이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자산가치가 급등하고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외 인프라나 농경지·임야 등 아직 국내 연기금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은 대체투자 자산군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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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자산 자체의 투자 매력도 높다. 우선 농경지 투자는 경기 변동을 크게 타지 않고 그동안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미부동산수탁자협의회(National Council of Real Estate Investment Fiduciaries·NCREIF)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농경지 투자 수익률은 10.34%로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0.25%)을 크게 웃돌았다. 또한 지난 1996년 이후 2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도 12% 이상을 기록했다. 곡물 가격 변화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 전망 자체는 밝다는 분석이다. 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주요 개발도상국의 도시화로 인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는 농지 면적이 줄어 희소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대체투자 담당자는 “농지는 인프라나 부동산 등 여타 실물 자산과 달리 쉽게 만들 수도 없고 또한 쉽게 없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자산가치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인 자산”이라며 “농지를 매입 후 기업 방식의 영농을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블루베리·알로에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특수작물로 전환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다만 △투자 기한 3~5년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형태의 7~8% 수익 자산을 선호하는 국내 기관들의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기후·토양·작황 등 고려할 변수가 지나치게 많고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해외 농경지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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