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를 낙태하게 했다는 이유로 정직된 소방공무원의 징계가 과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소방공무원 A씨가 소속 소방서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소방공무원 A 씨는 2014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자친구 B씨(37)를 만나 동거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B 씨를 낙태시켰다. B 씨의 의붓아버지는 “딸이 A 씨의 강요로 낙태 했다”며 소방 당국에 제보했고 이에 소방공무원징계위원회는 A 씨에게 1개월 정직처분을 내렸다. 소방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성실의무와 품위유지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A 씨는 ‘정직처분이 과하다’며 2015년 서울특별시 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처분 취소 소청을 냈다가 기각당하자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여자 친구를 낙태하게 한 사실은 소방공무원의 직무수행과 무관한 사적인 영역”이라며 “해당 사실만으로 견책이나 감봉보다 높은 정직징계처분은 지나치다”며 A 씨의 정직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강요에 의한 낙태라고 제보한 B 씨의 의붓아버지가 합의를 본 낙태라며 진술을 뒤집었고 B 씨가 성격장애가 있으나 성인여성으로 충분히 의사를 결정할 수 있었다”며 “모든 정황을 살펴보건대 B 씨의 낙태가 A 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B 씨의 낙태수술비를 지원해 준 점을 미뤄볼 때 형법상 낙태 방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두 차례에 걸쳐 낙태에 관여한 사실은 사회 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하므로 공직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는 적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