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전격 구속된 후 일선 경찰의 한 간부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이래서야”라며 최근 잇따른 경찰청장의 흑역사에 대해 자조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991년 1대 경찰청장을 지낸 고(故) 김원환 청장부터 18대 이성한 청장까지 검찰에 기소된 전직 수장의 수는 무려 9명에 이른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13만 경찰의 수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은 셈이다.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을 희망하는 경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의 연속인 셈이다.
무엇보다 일선에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조직 전체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
흑역사의 시작은 2대 이인섭 총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청장은 1993년 슬롯머신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1996년 4대 김화남 총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5대 박일룡 청장도 1998년에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으로 유명한 북풍 조작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이에 경찰은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2003년 2년 임기 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경찰청장의 굴욕은 끊이지 않았다. 2007년 11대 최기문 청장이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은폐·축소를 일선 경찰에게 청탁한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13대 이택순 청장도 박연태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를 받았다. 15대 강희락 청장 역시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에게 뇌물을 받아 구속됐고 16대 조현오 청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2001년 ‘수지 김 피살 사건’의 내사 중단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9대 이무영 전 청장만이 대법원에서 2002년 무죄를 선고받아 혐의를 벗었을 뿐 검찰에 기소된 이들의 대다수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이번 허 전 청장의 구속을 바라보는 경찰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치안 총수가 구치소에 수감되는 굴욕이 현재 진행형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