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지정된 외식업 중기적합업종은 한식·일식·중식·서양식 등 7개 분야로 CJ푸드빌·이랜드외식·신세계푸드·농심 등 대기업들의 출점 가능 지역이 복합다중시설이나 역세권 인근으로 제한 받고 있다. 대기업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와 외식업계가 재지정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재지정 찬성 측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방치할 경우 소규모 점포들의 폐업이 불가피하며 영세사업자 보호를 위해 합리적 차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전체 외식 시장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데도 규제가 지나치고 일자리 창출에도 역효과가 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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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국내 사업자등록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의 비중은 법인사업자의 8배에 이르고 있다. 개인사업체의 존속연수가 3년 미만이 38%, 5년 미만까지 포함하면 52%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은 최근 경제불황과 실업률 증가로 소상공인 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절반 이상의 개인사업장들이 5년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국 정부와 사회적으로 개인사업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고민이 계속되면서 관련 정책들이 다방면으로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이 모두 목표한 바 바람직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창업지원금 정책은 분별력 있는 배분이 어렵고 폐업 충격 완화의 프로그램은 불성실한 개인사업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됐다. 개인사업자들에게 3년간의 성장보호기간을 준다는 의미에서 시행해본 중소기업적합업종지정제도 또한 오히려 시장의 성장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음식점업의 경우 개인사업자가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큰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개인사업자 폐업의 23%는 음식점업에서 발생했다. 음식점업만 놓고 보면 폐업률이 67%나 되는 것이다. 소액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이며 비교적 현금흐름이 빠른, 큰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없어도 영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리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열에 일곱이라는 말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을 막아주면 개인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가 무색해졌다.
사실 대기업에서 진출하고 있는 음식점은 개인사업자의 업장과는 규모 면에서나 콘텐츠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원래 개인사업자와 경쟁관계가 아닐 수 있다. 타깃으로 하는 주 소비층을 보면 패밀리레스토랑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와 개인사업자 음식점의 경우가 다를 뿐만 아니라 취급하고 있는 음식의 가격 차이도 크다. 소규모 음식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동일한 상황에서 쉽게 대규모 레스토랑으로 선택을 바꾼다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 최근 음식점업의 핫트렌드라는 한식뷔페의 경우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 일식 레스토랑과 서양식 레스토랑이 어려워지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기존의 자영업자의 음식점 소비자가 옮겨간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한식이라는 상품을 고급화·일반화해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킨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프랜차이즈화·모던화된 한식집의 등장으로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이 서양식에서 한식으로 옮겨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어쩌면 창의성 있는 개인사업자를 보호막 아래 묶어두지 않았다면, 능력 있는 기업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인정해주었더라면 이러한 변화는 더 빨리,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대규모의 자본력이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많은 긍정적 효과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등으로 음식점업 고급화·일반화로 시장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굴지의 음식점업 전문기업은 음식업 시장의 수익률이 낮고 실패 확률이 높은 이유를 표준화되지 못한 품질과 저평가된 상품가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대규모의 R&D를 통해 상품을 규격화하고 위생 기준을 높였다. 또한 단기간의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공격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보장하면서 소비력 있는 젊은층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불모지였던 세계시장에 진출해 한식 레스토랑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고 오히려 영업손실을 가져오는 이러한 전략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는 대기업의 성장이 개인사업자들의 몫을 빼앗아 간다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려야 한다. 기업형 레스토랑의 성공은 가장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자영업 위주의 음식점산업의 열악한 노동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가맹사업 등의 올바른 성장은 질 좋은 자영업자의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경영 노하우와 개인사업자의 책임감 있는 영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음식업의 성장은 식품제조업의 성장, 식자재유통업의 활성화, 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배후산업의 성장까지 가능하다.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시장의 선진화는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음식점업이 가진 잠재력을 보지 못한 채 대기업의 진출을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