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원치 않는 전쟁을 위해 설계된 항공기가 있다. 장거리 전략 폭격기(LRS-B)가 그것이다. 미 공군이 오랜 기간 개발해온 LRS-B는 핵무기의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로 적국에 핵 지옥을 선사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유인모드와 무인모드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될 개연성이 있다. 드론에 핵무기를 탑재한다니 무섭게 들리나? 사실 드론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군 고위층조차 핵무기의 탑재만큼은 아직 탐탁지 않게 여긴다. 설령 그것이 미래형 폭격기라도 말이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폭격기 159대 중 약 절반은 1961년 취역한 B-52다. B-52 이후에 취역한 기종 중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것은 초음속 전략폭격기 ‘B-1 랜서’와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 뿐이다. 이 세 기종은 핵미사일 잠수함, 육상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기지와 함께 미국 핵전력의 삼각축을 이룬다. 때문에 미 공군은 20여대만 만들어진 B-2와 달리 LRS-B의 경우 80~100여대의 대량 생산을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LRS-B의 무인화가 타당한지다. 파퓰러사이언스는 2014년 12월 펜타곤의 방문, 한 고위층에게 LRS-B의 완전 무인화 가능성을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 고위층의 공식답변은 이랬다. “하늘의 상황은 매우 유동적입니다. 또한 적의 많은 공격에 노출될 수도 있는 곳에 핵무기를 실은 드론을 보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드론은 최근 미국이 치른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미국과 호각세의 전력을 갖춘 적국의 영공에서는 운용해본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드론은 적국의 전자전에 의해 탈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11년 이란이 미군의 감시용 무인기 RQ-170 센티넬을 추락시켰던 게 그 실례다. 또한 드론의 데이터 링크를 끊거나 교란하면 총 한 발 쏘지 않고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적국에 빼앗기면 정찰용 드론이라도 정보전에서 막대한 손실이 초래된다. 그런데 핵무기가 탑재돼 있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초래된다. 앞으로의 논의에 따라 LES-B가 무인기로 운용될 수도 있도록 개발될지 모른다. 하지만 핵무기를 탑재한 임무에는 유인기로 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 믿는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