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출근을 위해 화순에서 나주로 가는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회색의 겨울에서 화사한 봄으로의 변신은 자연의 색에서 나타난다. 단아한 매화에 이어 화려한 벚꽃과 개나리·진달래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30분을 달려 나주에 이르렀을 때에는 푸른색이 눈에 들어온다. 겨우내 움츠렸던 보리와 밀이 어린싹을 내밀면서 만들어내는 푸른 들판에서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 농업의 중심 나주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주의 봄에는 또 다른 특색이 하나 더 있다. 들판을 하얗게 물들인 배꽃이다. 하얀 배꽃이 봄바람에 꽃비가 돼 내릴 때쯤 나주는 봄의 한가운데 와 있다.

올해는 더 반가운 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왔다. 나주시가 이달 중에 인구 10만명 회복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때맞춰 의미 있는 기념행사도 가진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나주는 전주와 더불어 전라도를 대표하는 호남의 중심도시였다. 나주목사가 있을 만큼 행정과 경제의 중심도시이자 남도의 중심고을로 명망이 높았다. 그러나 도시화·산업화에 밀려 나주 사람들도 점차 인근 광주나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1967년에 25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2011년에는 8만명선으로 감소했다.


나주에 사람이 몰리고 새로운 활기를 되찾게 된 계기는 공기업의 지방이전에 따른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이 나주시에 위치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공동화의 수렁에 빠져 있던 지방 소도시에 사람과 기업이 모여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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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인구가 57만, 경기도 수원시는 100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나주 인구 ‘10만’이라는 숫자는 300㎞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큰 격차가 있음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10만 회복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질 만큼 나주시민으로서는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자립도시와 미래형 성장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순조롭게 정착하면서 나주시를 비롯한 인근 지역에 인구유입과 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국 12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지방에 사람이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활기를 띠는 상생발전의 봄이 전국 곳곳에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에 피는 꽃은 아름답다. 그렇지만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 나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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