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증시 매수는 지난해 10월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4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이 이어질 정도다.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교차거래(후강퉁)가 시작된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장기간 순매수 기록이다.
상하이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흐름이 나쁘지 않은데다 위안화 약세로 헤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증시에 대한 본토 중국인들의 투자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 6일까지 홍콩증시에 투자된 중국 본토 자금은 438억위안(약 7조8,000억원)에 달했다. 중국인들이 이 기간 홍콩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금융주인 HSBC와 공상은행이었으며 알리바바 계열사인 알리바바픽처스 주식도 대거 매입했다.
홍콩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본토에서 홍콩증시로 빠져나온 자금이 홍콩에서 상하이증시로 유입된 자금을 넘어서는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후강퉁 개시 이후 본토 자금이 매수한 홍콩 주식은 1,330억위안으로 지금까지 홍콩에서 상하이 주식을 사들인 규모(1,260억위안)를 웃돈다.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증시로 몰리는 배경은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과 위안화 가치 하락이다.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 상장된 기업의 경우 홍콩 주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투자 메리트로 꼽힌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월 이후 반등세를 보여왔지만 올 들어 14%가량 하락한 상태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을 모아놓은 항셍지수의 하락폭은 8% 정도로 상하이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점도 유입 요인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본토 자금은 상하이증시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홍콩증시에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항셍지수에 편입된 중국 본토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8배로 10년 평균치의 35%를 밑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상하이와 홍콩에 동시 상장된 기업의 경우 홍콩증시 주가가 상하이보다 39% 낮다는 점도 본토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다. 중국의 대표적 은행주인 공상은행의 경우 상하이증시에서 홍콩증시보다 25%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JP자산운용의 타이후이 아시아시장 수석전략가는 “중국 투자자들은 본토 시장에서 이렇다 할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아닌 대안투자처로서 홍콩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안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홍콩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본토 자금 유입에 한몫하고 있다. 홍콩달러화는 미국달러에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 급변동 상황에서 환율 헤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홍콩 CCB증권의 마크 졸리 투자전략가는 “홍콩증시와 상하이증시 간 가격 격차와 위안화 약세에 대한 헤지 가능성이 투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