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선거정보 앱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나, 아니면 커피를 먹어야 하나.”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그는 목숨과 커피 사이에서 황당한 고민을 했지만 누구나 잠에서 깨어나면서부터 선택은 시작된다. 버스를 탈까, 전철을 탈까,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늘 선택의 연속이다. 짬짜면과 반반치킨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선택의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이 우리를 기다린다.


미국 스워스모어대의 사회행동학 교수 배리 슈워츠는 ‘선택의 심리학’에서 ‘가장 좋은 것’보다 ‘충분히 좋은 것’을 선택하라고 권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옷 하나 고르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고 커피 주문에만 10분 이상 걸리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옷 사진이나 음식 등을 올려놓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정장애라는 말이 유행하고 ‘햄릿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은 물론 정보까지 맞춤형으로 모아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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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일이 임박해오는데도 부동층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으면 부동층도 지지정당을 결정해 그 비중이 줄었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달 초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27%가 “모르겠다”고 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 달 전 조사 당시의 26%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정치 무관심층이 많은 20∼30대뿐 아니라 60대 이상에서도 부동층이 의외로 많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본인의 정치성향을 찾아주는 선거정보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핑코리아’는 자신의 정치 성향과 가장 잘 맞는 정치인과 정당을 찾아준다. 20여개의 간단한 설문으로 이용자와 특정 정당의 일치도를 백분율로 나타내거나 이용자의 성향과 정당 간 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동네 후보’라는 앱을 다운받으면 총선 출마자들의 기본 정보와 공약을 모두 알 수 있다. 선택이 얼마나 어려우면 내 정당성향까지 정보기술(IT)에 의존해야 하는 시대가 됐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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