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양적완화에 시큰둥하던 정부도 "제한적 실시는 검토해 볼만"

한은법 고쳐서라도..'양적완화' 밀어붙이는 與

유일호 "공약 존중" 입장변화..당정 물밑교감 관측

발권력 선거에 이용·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 가능성

강봉균(가운데)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선거공약과 관련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강봉균(가운데)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선거공약과 관련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처음 양적완화 공약을 꺼냈을 때만 해도 찬반 논란은 거셌지만 총선용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당 내부에서도 “강 위원장이 (당 정책 라인과) 사전에 협의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IMF 원인이 돈을 마구 풀어서 발행한 것인데 또 돈을 푼다는 것이냐”며 비판하고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공격하면서 ‘강봉균표 양적완화’는 시들해지는 듯 보였다. 실제 현재 법령상 한국은행이 양적완화를 추진하려면 해당 채권을 정부가 보증하거나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은행법 제76조(정부보증채권의 직접인수)는 ‘한국은행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을 개정하지 않은 채 한은이 주택담보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 이들 채권을 정부보증채로 변경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이라는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한은법 개정 카드를 들고 나와 다시 양적완화의 불씨를 되살린 모양새가 됐다. 이는 한은의 독립성 훼손은 물론 재정건전성 논란, 나아가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특정 기업을 지원한다는 발권력 남용 등 모든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이 때문에 4·13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한은법 개정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총선 결과 절반을 훨씬 넘는 압도적인 의석 수를 확보하게 되면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은법 개정을 밀고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당의 반대를 넘어 한은이 양적완화를 실행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 양적완화 실행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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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정 의석수 확보에 실패하면 19대 국회처럼 국회선진화법으로 야당의 합의 없이는 법안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논란만 거듭하다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개원 후 100일 내에 ‘한국형 양적완화법’ 등을 발의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지만 공수표에 그칠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선거에 이용했다는 지적과 한은 독립성 훼손에 대한 비난 등 부작용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물가상승 압력과 실제로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실제 한은 노조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한은법 제·개정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의 미묘한 입장변화가 감지되면서 정부도 양적완화에 호응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이는 현재 경기부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작용에 불구하고 제한적인 양적완화라도 써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강 위원장의 양적완화 발언과 관련해 처음에는 “개인 소신을 말한 것 같다”며 시큰둥하다가 최근에는 “일리가 있다. 공약을 존중한다”며 미묘한 입장변화를 보이면서 당정 간 양적완화 시행에 대한 물밑교감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 안팎에서는 강 위원장의 양적완화가 마구잡이식으로 돈을 푸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준다는 제한적 개념인 만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기업 구조조정 일정이 총선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한 관계자도 “20대 국회가 꾸려지면 당정 협의를 거쳐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김홍길·김정곤·김상훈기자 what@sedaily.com

김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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