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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없는 원자력 안전을 향해] 2.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 사고 시뮬레이터로 신속 정확한 대응능력 키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그라졌던 신규 원전 도입 열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한 신규 원전 도입 열기도 부활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핵심 요소로 안전규제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원전 부지선정부터 설계, 건설, 기기제작, 설치, 시운전, 운영 등 전반에 걸친 안전규제 인프라가 미비하면 자칫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안전규제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곳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KINS)이다. KINS의 업무는 크게 원자력시설과 방사선에 대한 안전규제로 구분된다.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5기와 건설 중인 원전 3기, 핵연료 생산시설, 연구용 원자로 같은 원자력 시설들을 대상으로 건설 준비 단계에서부터 사용전 검사와 운영 중 정기검사, 최종 해체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규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KINS의 최신 무기는 규제요원의 규제역량 증진을 위해 개발한 교육·훈련용 원전 시뮬레이터다. 신고리 3호기와 UAE에 수출한 원자로형인 APR 1400을 모델 삼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이 시뮬레이터는 실제 원전의 주제어실과 규모, 기능 등이 동일하다.

KINS는 이를 활용해 원전 운영 중 발생할지 모를 비상상황에서 규제요원의 사고 상황 분석 능력과 안전해석 능력, 비상대응 능력을 함양시키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일본 동북부의 대규모 쓰나미로 인해 원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원자로 냉각이 불가능해진 결과물이다. 냉각되지 못한 핵연료가 용융하며 발생한 수소가스가 폭발하면서 방사능 누출로 이어졌다. 당시 국제사회는 이번 사고가 초기 대응의 부적절성, 일본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의 부족 등이 겹치면서 수습불가의 상황으로 치달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뮬레이터의 개발과 운용은 이 같은 후쿠시마 원전의 사례를 교훈삼아 유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문찬기 원전시뮬레이터 담당장은 “안전규제 차원에서 시뮬레이터를 운영하는 곳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기존에 문서로만 심사하던 사항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대응능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터의 운용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KINS는 지난해 상반기 원전 시뮬레이터의 정밀도 제고 작업에 주력했다. 이후 하반기부터 정상운전과 비정상운전, 비상운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규제요원의 경력과 업무분야별로 다양한 교육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김무환 KINS 원장은 “이를 통해 원전 사건·사고 시 규제요원의 대응능력을 자체적으로 훈련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찰·분석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원전의 안전성 제고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NS는 향후 이 시뮬레이터를 국내 규제요원 대상 교육과정 운영과 사건·사고 및 비상운전절차 등을 확인·검증하는 심·검사, 그리고 해외 규제요원 대상의 교육훈련 등에 폭넓게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KINS는 지난 30여년간 쌓아온 안전규제 노하우와 전문성을 집대성한 ‘원전 안전규제 종합패키지 솔루션’을 활용, 원전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에 대한 안전규제 인프라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원자력 사고는 사고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에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활동이다. 이 솔루션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에 근거해 원전 도입국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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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구성은 원전 건설에서 운영에 이르는 로드맵과 이행 프로그램 수립, 규제요원 역량 강화 교육, 훈련, 원전 안전검사 및 안전성 평가 기술지원, IT 기반 통합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 총 4개의 기본 모듈로 이뤄져 있다.

이중 안전검사 및 안전성 평가 서비스에서는 원전 운전분석 시뮬레이터, 원자로 용기, 배관건전성 평가·감시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며 IT 기반 통합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서비스는 웹기반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로 운용되고 있다.

김 원장은 “원자력 안전규제 인프라는 장기간의 교육 훈련과 개발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원전 도입국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원전 수출의 경쟁력 제고에도 중요한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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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방사능 사고의 조기 탐지를 위해 KINS가 전국에 설치한 방사선 측정소의 수. 측정결과는 국가 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IERNet)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누구든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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