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등 전현직 연준 수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 중이며 거품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은 이날 뉴욕 인터내셔널하우스에서 전임 연준 의장들과 토론회를 열어 ‘미국에서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금융자산이 과대평가됐다든가 하는 불균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이 완전고용 목표에 다가서고 저유가와 달러 강세에도 물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등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진전을 이뤄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 경제가 거품 위에 앉아 있고 심각한 침체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사상 처음으로 벤 버냉키, 폴 볼커 등 전현직 연준 의장 4명이 토론회에 함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앨런 그런스펀 전 의장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옐런 의장은 “미국 경제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미 고용시장에 추가적인 개선의 여지가 있고 글로벌 경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는 “연준은 특정 환율을 목표로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서도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실수였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당시에는 미 경제가 연준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지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전직 의장들도 미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미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2014년과 2015년에 비해 올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세계 경기둔화와 낮은 생산성을 꼽으며 “실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금리 인하 여력은 크지 않지만 양적완화 등의 경기부양 수단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 역시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느린 생산성 증가가 성장률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책임지는 연준 수장으로서의 중압감도 토로했다. 버냉키 전 의장이 금리 인상 관련 질문에 대해 “내가 할 필요가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하고 옐런 의장이 “나한테 떠넘겼다”고 되받자 좌중에는 폭소가 터졌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인기 없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주도했던 볼커 전 의장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을 매라고 밧줄을 줬다”는 농담으로 당시를 회고했다.
또 이들은 중국 경제의 부상이 미국에 위협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위안화는 달러에 위협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볼커ㆍ버냉키 전 의장도 “최근 위안화 가치 변동은 중국이 더 개방경제가 됐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