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힘빠진 아베노믹스에 시장 인내심 바닥...日외환·주식시장 먹구름

日경제부활 베팅 외국인

넉달째 주식 팔아치워

순매도 28년래 최대

엔화가치 올 12엔 급등

기업 투자심리 악영향

내달 긴급부양책 불구

"이미 모멘텀 잃었다"

8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도로 올해 들어 17% 가까운 낙폭을 보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8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샐러리맨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외국인 투자가들의 순매도로 올해 들어 17% 가까운 낙폭을 보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정권의 부진한 성과에도 ‘아베노믹스 효과’를 기대하며 일본 경제 부활에 베팅해온 외국인 투자가들의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장담해온 아베 정부과 일본중앙은행(BOJ)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지난 4년간 일본에 투자해온 외국인들은 4개월째 일본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돈 풀기에만 의존해온 BOJ가 외환시장에서 통제력을 잃어버리면서 투기세력이 출몰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연초 대비 12엔이나 급등, 물가 회복과 기업 실적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꺼져가는 아베노믹스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다음달 긴급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이미 정치적 모멘텀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LGT캐피털파트너스의 헤지펀드팀이 일본에 대한 투자전략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5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 회사는 일본의 실망스러운 경제지표 발표가 이어지고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기대가 사라져감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 엔화에 대한 투자 비중은 높였다. 엔화 약세와 증시 호황이라는 아베노믹스의 밑그림과는 정반대의 시장 흐름을 예상한 것이다. LGT캐피털파트너스의 구마다 미키오 글로벌 전략가는 “이는 아베노믹스가 정치적 모멘텀을 잃고 교착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이처럼 일본 증시에서 발을 뺀 외국인 투자가들은 적지 않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3월 말에 끝난 2015회계연도 중 외국인 투자가의 일본 주식 순매도 규모는 5조1,025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7년 만에 첫 순매도이자 ‘블랙먼데이’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던 1987년 이래 28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아베 정권 수립 직전인 2012년 11월부터 꾸준히 일본 증시에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저유가에 따른 오일머니 철수를 계기로 지난 3년여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아베노믹스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관련기사



외환시장에서도 아베노믹스의 ‘엔저 효과’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1월 말 BOJ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이 중앙은행의 추가 완화 여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낳으면서 연초 달러당 120엔대로 출발한 엔화 가치는 2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11% 올랐으며 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08엔이 붕괴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BOJ가 엔고를 저지할 수단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엔화 가치가 연내 100엔선을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외환과 주식시장에서 켜진 빨간불은 일본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예고한다. 애초 아베노믹스는 ‘돈 풀기→엔화 약세→수출 확대→임금 인상→소비 진작’의 선순환 시나리오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엔화 강세는 곧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의미한다. SMBC닛코증권의 추산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오르면 대기업 경상이익은 4,000억엔 감소한다. 연초부터 엔화 상승폭이 12엔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 3개월여간 환율 요인 때문에 5조엔 규모의 기업 이익이 사라졌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기업들의 체감경기와 투자심리에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1일 BOJ가 발표한 1·4분기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의 대기업 제조업 체감경기는 3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졌다. BOJ는 7일 지역경제보고에서도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중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노믹스가 좌초될 위기에 놓임에 따라 아베 총리가 약속한 내년 4월 소비세율 2차 인상이 미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음달 18일에 발표되는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악화될 경우 같은 달 26~27일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베 총리가 증세 연기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