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조에서 치는 후배들은 저보다 40~50m는 더 보내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200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베테랑 문현희(33·AB&I)는 8일 경기를 마친 뒤 혀를 내둘렀다. 10일까지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187야드)에서 계속되는 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은 문현희의 복귀전이다. 통산 2승이 있는 문현희는 국내 여자골프의 대표 강자로 인기를 모았지만 2014시즌 상금랭킹이 뚝 떨어지면서 시드를 잃었다. 2부 투어로 강등됐던 그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시드순위전을 통과해 올 시즌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후배들의 장타에 주눅이 들 정도였다는 문현희는 “연습을 1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했다”면서도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냈다. 이날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중간합계 2언더파를 기록, 공동 12위로 뛰어올랐다. 문현희는 “좋은 잔디와 잘 정돈된 코스에서 경기한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처음 알게 됐다. 계속 1부 투어에 머물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설렘”이라고 했다.
문현희는 곧 ‘5월의 신부’가 된다. 연습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결혼준비 때문이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출신인 두 살 연상 염동훈씨와 5월14일 결혼식을 올린다. 신접살림은 경기 용인 동백동에 차린다. 염씨는 해솔리아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교습가로 활동 중인데 올 시즌 KLPGA 투어 거물 신인 이효린(19·미래에셋)이 염씨의 제자다. 호주에서 골프를 배운 염씨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 애덤 스콧(호주)과 ‘절친’이기도 하다. 예비아내의 코치이기도 한 염씨는 사정상 대회장을 찾지 못했지만 아내의 활약에 뛸 듯이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문현희는 “결혼식 바로 전 주까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며 신인처럼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은 상금랭킹 30위 안에만 들어도 감지덕지해야죠. 시드 유지에 성공한다면 내년에도 뛰려고요. 내년쯤 아이를 가질 계획이지만 은퇴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문현희는 “남편이 강조한 대로 욕심을 버리니 성적이 따라온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한편 국가대표 아마추어 최혜진(17·부산 학산여고)은 버디 9개(보기 1개)를 쓸어담았다. 8언더파 64타는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 중간합계 8언더파의 최혜진은 5타를 줄인 조정민(22·문영그룹)과 함께 공동 선두로 나섰다. 최혜진은 지난 2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2타 뒤진 공동 2위에 오른 특급 유망주다. 조정민은 KL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