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로보어드바이저 뭐길래...30개 종목 하루 200번 매매, 2~3% 등락 땐 '팔자'

■새내기 기자의 '로보어드바이저' 1주일 체험기

실시간 시황 분석해 자산배분 비율 미세 조정

하락장서도 방어투자 제법...1주간 0.52% 수익

매매 대상 제한적...계좌개설~계약 6시간 걸려

대우증권 창구에서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을 맺고 있는 기자.대우증권 창구에서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을 맺고 있는 기자.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체 뭐길래? 감은 오는데 정확히 어떻게 생긴 것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입사 1년 차인 기자는 대우증권을 찾아 최소 가입액이 가장 낮은 상품을 골랐다. 일주일간의 로보어드바이저 체험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 ‘디셈버앤컴퍼니’의 서버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컴퓨터 10대가 ‘윙’ ‘윙’ 소리를 낸다.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자동으로 상품을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아이작(ISAAC)’의 실체다. 자문사 운용역은 ‘감시자’다. 아이작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오류는 없는지를 중앙 모니터를 통해 쉴새 없이 확인한다. ‘이상 징후’ 발생 땐 요란한 사이렌이 직원 컴퓨터에서 울린다. 인공지능(AI) 작동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때다.






아이작의 운용 실력은 어떨까. ‘실험’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됐다. 대우증권에서 최소 가입금액이 가장 낮은(500만원) 디셈버앤컴퍼니를 택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가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개인형 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제외한 자산관리 일임계약에 대해서는 증권사 직원과 투자자가 직접 만나 맺도록 한 금융투자업 규정 때문이다. 온라인으로도 가입 가능한 미국·영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는 대조적이다.

다음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상품설명을 듣고 설문을 통해 투자성향을 진단 받을 차례다. 기자는 위험도가 가장 높은 5등급. 증권사 계좌 개설을 완료하면 자문사와도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과정은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번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증권사 계좌 개설에 1시간30분 정도 걸렸지만 증권사에서 새로 튼 계좌 정보를 자문사에 보내고 이를 확인을 해주는 과정이 필요했다. 3시간이 지나서야 자문사로부터 확인 문자가 왔다. 문자 속 링크를 따라 자문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 가입-계좌번호 입력-인증 등의 과정을 거치면 디셈버앤컴퍼니와도 계약이 완료된다. 이때가 오후8시. 오후2시에 대우증권을 찾아갔으니 계좌 개설에서부터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을 마치기까지 6시간이 걸린 셈이다.




아이작의 자산운용은 가입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턴 디셈버앤컴퍼니 홈페이지를 통해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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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은 운용 첫날 선취수수료(0.4%·2만원)를 제하고 498만원으로 200번가량 매수 주문을 했다. 운용 종목은 모두 30개. 죄다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상장지수증권(ETN)이다. 종목 수와 종류에 아직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종목이라고 해서 한꺼번에 사는 것이 아니다. 시장 변동을 모니터하면서 같은 종목이라 해도 매수 타이밍이 분산된다. 로봇이 아닌 인간이었다면 30개의 서로 다른 ETF 또는 ETN 종목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모니터하면서 하루 만에 200번의 주문을 할 수 있었을까. 로보어드바이저의 위력을 실감한 하루였다.

둘째 날부터는 이미 사둔 종목을 두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배분 비율이 미세하게 재조정됐다. 하루에 3~10차례 새 종목을 사고팔았다. 단타로 여러 종목을 매매하다 보니 증시가 부진해도 방어가 됐다. 코스피지수가 1.4% 떨어진 지난달 31일부터 4월1일까지 기자의 수익률은 0.4% 하락하는 데 그쳤다. 로보어드바이저다운 냉정한 판단이 돋보였다. 사람이라면 오를 때 조금만 더 오르기를 기다리다 매도 시점을 놓치기 십상이다. 아이작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평균 2~3% 떨어지거나 상승하면 매매를 결정·실행한다.

수익률은 기대 이상으로 쏠쏠했다. 1주간 수익률은 0.52%(2만6,196원). 단순하게 연간 환산하면 선취수수료를 제외하고 23.7%에 달하지만 아이작은 시장 변동성을 감안해 7.9% 정도의 수익률을 예상한다고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로보어드바이저 미래에 대해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인 프라이빗뱅킹(PB)의 대중화 시대를 여는 촉매제 역할을 하겠지만 그렇게 대단하겠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기자가 체험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예상보다 손이 많이 갔고 상상 이상의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갈 길은 아직 멀지만 진화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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