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고령화시대 새위협으로 떠오른 심부전] 당신의 심장은 안녕하신가요?

몸이 퉁퉁 붓고 수시로 숨 턱턱 막혀...사망률도 높아

환자 5년새 21% 증가...80세이상은 100명당 9명 발병

재입원률 높고 비용부담 커 국내 최초 진료지침 나와

혈당조절 등 신경쓰고 자주걷기 등 생활습관 개선을

#심근태(82·가명)씨는 얼마 전 잠을 자다가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극심한 호흡곤란을 경험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지만 숨을 쉬지 못할 정도의 흉통은 자주 반복됐다. 참기 힘든 압박감에 진통제를 입에 달고 살았다. 급기야 호흡곤란이 심해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심씨는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심씨처럼 몸이 퉁퉁 붓는 부종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심부전 진단을 받은 환자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펌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몸이 붓거나 심한 호흡곤란이 생기는 질환이다.


심부전은 특히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실제로 80세 이상의 경우 100명 중 9명이 심부전 환자다. 지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심부전 유병률은 1.5%로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오는 2040년에는 유병률이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심부전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은석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심부전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한 만큼 고령화 시대에 새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심부전에 대한 대비와 국가적 차원의 지원 관리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급기야 심부전 질환의 위험성에 위기의식을 느낀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최초의 ‘만성 심부전 진료 지침’을 내놓았다.







◇각종 심장 질환의 종착역, 심부전=심부전은 단일 질환이라기보다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 질환과 다양한 심장 관련 질환의 진행 과정들로 생기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심부전을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수년에 걸쳐 느리게 진행돼 심장이 점차적으로 능력을 잃게 되면서 발병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가장 흔한 입원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 중 하나도 급성 심부전이었다. 심부전의 주요 증상은 다리·발목 등이 붓거나 호흡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심부전은 심장 질환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만큼 재입원율과 사망률이 꽤 높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심부전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18.8%의 환자가 90일 내, 37.4%의 환자가 1년 내 심장 문제로 재입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도 높아 심부전 환자의 30∼40%는 심부전 진단 후 1년 내 사망하고 60∼70%는 5년 내 심부전 악화나 급성 발작으로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폐암을 제외한 암 및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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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국내 심부전 환자와 진료비 부담=심부전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600만명(2014년 기준)에 달한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심부전 유병률도 전 세계적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약 510만명, 중국 400만명, 일본 100명가량이 심부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공단의 심부전 유병률 분석 결과 국내 유병률은 약 1.5%로 이를 추계인구로 환산하면 약 75만명에 달한다. 심부전 환자가 겪는 진료비 부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병통계에 따르면 2010∼2015년 국내에서 심부전으로 치료받는 환자 수는 21% 이상 증가했고 진료비 부담은 53.4% 늘었다. 고혈압 등 다른 만성 질환에서 시작돼 심부전으로 진행된 경우 심부전 진단을 받지 않았거나, 진단을 받고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 수를 포함하면 실제 심부전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은 더 클 것이라는 게 관련 부처의 설명이다.

심부전 의료비가 높은 것은 반복적인 응급실 방문과 입원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실시된 심부전 환자의 의료비 부담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급성 심부전 환자의 연간 의료비는 외래 약값을 제외하고 약 697만원에 달했다. 환자 개인은 물론 국가 공중 보건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뒤따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 최초 ‘만성 심부전 진료 지침’ 나와=미국·캐나다 등의 선진국은 심부전을 위중 질환으로 분류해 국가적 차원의 보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높은 심장혈관질환 유병률로 심부전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에도 의료진과 국민의 심부전 인식 부족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국내 의료진이 모여 심부전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 및 진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만성 심부전 진료 지침’을 국내 최초로 제정했다.

3년에 걸쳐 완성된 이번 진료 지침은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됐다. 진료 지침은 심장내과 전문의 19명으로 구성된 제정위원회가 각국 진료 지침과 국내 심부전 환자 데이터를 수집해 작업을 진행했다. 진료 지침에는 모든 원인에 의한 박출률 저하 및 보존 만성 심부전의 단계와 증상에 따른 정의·진단·치료방법 등의 내용이 자세히 담겼다.

최동주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부회장은 “이번에 완성된 진료 지침으로 의료진은 일선 현장에서 심부전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시행하고 환자들은 이를 통해 사망률과 재입원율 등 예후와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기관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못지않게 환자 개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정욱진 대한심장학회 심부전연구회 총무이사(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단 이용하기나 20분 이상 걷기 등 개개인의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며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주원인이 비만·당뇨인 만큼 체중 관리 및 혈당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혈압 환자의 경우 평소 치료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해 혈압 관리에 신경 써야 하며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담배는 가급적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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