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서경이 만난 사람]주영섭 중소기업청장

'글로벌 시장개발자' 키워 올 中企수출 2,000억弗 달성

품목·지역별로 전문성 갖춘 GMD, 중기 특화 무역상사 역할

알리바바 등 해외 오픈몰 입점 확대해 온라인시장 수출 강화

내수중심 창업은 과밀화만 양산...신산업·기술창업 집중지원

'문화재 장인 창의성-소공인 손기술 접목' 공예품 개발도 추진

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인터뷰/권욱기자주영섭 중소기업청장 인터뷰/권욱기자


“대기업들이 글로벌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는 추세여서 우리나라가 수출을 확대하려면 중소·중견기업을 무역의 주역으로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특정 지역과 품목, 채널에 전문성을 가진 글로벌 시장개발자(GMD·Global Market Developer)를 집중 육성해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울 생각입니다.”

지난 1월20일 취임 이후 마치 신입 영업사원처럼 열정적으로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다니고 있는 주영섭(60·사진) 중소기업청장은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해법은 결국 중소·중견기업들의 해외 수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주 청장은 “대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기여도 면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며 “수출을 통한 고용창출의 성패는 이제 중소·중견기업에 달려 있는 만큼 중기청도 이러한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수출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중소기업옴부즈만 사무실에서 주 청장을 만나 수출 활성화와 GMD 육성, 기술창업, 공공조달시장 개혁, 벤처산업 육성 등 중기·중견기업 현안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대담=오철수 성장기업부장(부국장) csoh@sedaily.com


주 청장이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수출’이었다. 주 청장은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퀀텀 점프시킬 수 있는 열쇠는 수출이라고 단언했다. 앞으로 중기청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 청장은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현재 36%인데 올해에는 40%에 달하고 2020년까지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대기업은 해외에서 생산시설이나 유통망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는 경제구조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이 수출과 고용창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 청장은 “올해 중소·중견 수출기업 수를 5,000개 이상 늘리고 수출 규모도 2,000억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12개 지방중기청에 성과중심의 ‘수출목표관리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의지를 현장에 반영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 청장은 “이제 공공부문도 민간의 효율성과 절박함을 배워야 한다. 10% 수출증가를 목표로 뛴다면 올해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KOTRA를 비롯해 중소기업진흥공단·무역보험공사·산업단지공단·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수출지원 유관기관들과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중기청이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비밀병기’로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바로 GMD다. GMD는 특정 지역과 품목, 채널별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중소기업 특화 무역상사로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게 된다. 주 청장은 “전국적으로 220개가량의 무역상사가 이미 등록돼 있는데 이를 조직화하고 시스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물건만 대충 팔아주는 단순한 무역중개 개념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에 맞춤형 수출을 지원하는 전문상사로 육성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종합상사의 경우 수출규모가 작은 개별 중소기업이 참여하기에는 ‘그림의 떡’이고 수수료도 높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 청장은 “GMD는 소량 다품종을 취급할 수 있고 수수료도 저렴해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안성맞춤”이라며 “기존 무역회사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수출실적과 조직, 마케팅 계획 등을 평가해 올해 50개가량의 GMD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MD가 직접 관리할 수출 유망기업을 발굴하면 정부는 수출활동비(기업당 최대 4,000만원)와 수출금융, 해외규격인증 등을 종합 지원할 방침이다. 주 청장은 “제2의 종합상사 붐을 일으켜 수출 르네상스를 여는 추춧돌을 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GMD와 더불어 중기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온라인수출 확대다. 주 청장은 “전 세계 온라인 시장규모가 현재 3,000억달러에 달하고 성장률이 빨라 2020년에는 1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직구를 합해도 10억달러에 불과해 시장점유율이 0.3%에 그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오프라인 수출점유율이 3.5~4.0%에 달하는데 온라인은 왜 0.3%에 머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 청장은 온라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수출하는 방법 △알리바바·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몰을 이용해 수출하는 방법 △우리나라 기업별로 쇼핑몰을 열어 수출하는 방법 등 3가지 루트를 모두 강화시킬 계획이다.


그는 “백화점은 물론 전통시장까지 아우르는 역직구 몰을 만들어서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며 “해외 유명 오픈몰의 경우 중소기업이 입점하거나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문적으로 이를 중개하는 GMD를 육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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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년 이내에 온라인 수출시장에서 퀀텀 점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수출 활성화에 열변을 토한 주 청장은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소공인 육성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그는 “대기업이 1,600개, 중견기업이 3,000개, 중소기업이 50만개인데 소공인은 30만개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가치가 크다”며 “문화재 장인들의 창의성과 소공인들의 손기술을 접목한 공예품을 면제점이나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면세점 매장의 20%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채우게 돼 있는데 이런 곳에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기청은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과 같이 소공인들이 몰려 있는 곳을 중심으로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현재의 24개에서 37개로 늘리고 정책자금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업과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인데 이를 달성하려면 수출과 신산업 창출, 창업이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 청장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내수중심 창업은 과밀화라는 부작용만 양산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지향하는 신산업 중심의 기술창업이 중요하다”며 “기술창업은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에 좋은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면 해외시장 개척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과거 벤처 붐이 일었을 때 많은 기업들이 실패의 쓴잔을 마시며 나라 경제에 부담을 준 것은 진입장벽이 없고 차별화되지 않은 내수중심의 창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의 실패를 언급하면서도 창업과 벤처투자는 미래가 밝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주 청장은 “우리나라 투자 생태계가 좋아지고 있다”며 “벤처투자액은 물론 벤처기업 수, 신생기업 수, 펀드 결성규모 등에서 사상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기술을 가진 창업자들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책여건을 조성해준다면 성공 신화들이 다시 만들어질 것이고 창업에 대한 트라우마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잘못된 창업과 벤처투자에 대한 경계감도 피력했다. 주 청장은 “절벽에서 혁신을 하듯 정말 자기 목숨을 걸고 창업을 해야지 무턱대고 빚을 내서 창업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아이디어가 있고 진입장벽이 있는 기술이 있다면 융자나 대출이 아니고 투자자금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자금에 의지해 쉽게 창업하고 실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 혜택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주 청장은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다듬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벤처투자가 더욱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자금회수시장이 발달해야 하는데 기업공개(IPO)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M&A 시장을 육성해나갈 것”이라며 “스타트업 M&A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면 벤처캐피털에 민간자금 유입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자금회수를 위한 IPO와 M&A 비중이 각각 36.5%, 63.5%로 M&A가 월등히 많지만 우리나라는 94.9%대 5.1%로 IPO가 압도적이다. 주 청장은 “M&A 제도와 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성장 잠재력도 크다”면서 “대기업이 바이어로서 창업기업을 사거나 기술 중소기업을 M&A하게 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서정명·백주연기자 vicsjm@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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