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베이징 北식당 옥류관 가보니] '집단탈북' 파장 우려 쉬쉬…주말인데도 손님 줄어 한산

2개층으로 운영 옥류관 1층

수리로 문 닫아 을씨년스러워

여종업원에 집단탈북 소식 묻자

"다른 일로 온거냐" 퉁명스레 대꾸

"中, 탈북 간접적 용인했을 것"

베이징 외교가 관측 나돌아

10일 베이징 차오양취에 위치한 평양 옥류관 식당은 주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다. 옥류관 2개층 가운데 1층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재개장을 앞두고 수리를 하느라 문을 닫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10일 베이징 차오양취에 위치한 평양 옥류관 식당은 주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다. 옥류관 2개층 가운데 1층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재개장을 앞두고 수리를 하느라 문을 닫았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10일 오후 베이징 시내 동쪽 차오양취에 위치한 북한 식당 옥류관. 청명절 연휴 이후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주말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비교적 한산한 풍경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봄나들이를 겸해 외식하는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요즘은 주말 저녁 식사시간에나 겨우 홀을 채울까 말까 할 정도다.


2개 층을 운영했던 이곳 옥류관의 1층 식당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에 맞춰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고 재개장하기 위해 공사를 하느라 문을 닫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담담한 표정의 여종업원 안내를 받아 건물 밖 뒤편에 위치한 출입구를 통해 올라간 2층에도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여종업원에게 “북한 식당 직원들이 여러 명 탈출해 한국으로 간 것을 아느냐”고 묻자 대답 대신 “손님은 식사하러 온 거냐 아니면 다른 일을 하러 온 거냐”는 퉁명스런 질문이 돌아왔다. “주말인데 손님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물음에 여종업원은 “선생님도 요즘 남쪽 정부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고는 “그래도 중국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2층 홀에서 음식을 나르는 여종업원에게 “TV를 통해 북한 종업원들의 탈출 소식을 듣지 못했느냐”고 묻자 여종업원은 아무런 대답 없이 어설픈 미소만 지었다. 북한 종업원의 집단탈출과 관련해 식당의 어느 누구에게도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모든 종업원은 당연히 모두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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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북한 식당들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 대북제재 이후 한국 교민이나 여행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특히 차오양취에 위치한 옥류관도 손님이 줄면서 1층 영업을 중단하고 보수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가뜩이나 손님의 발걸음이 뜸한 건물 앞 주차장은 공사 폐기물까지 쌓이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식당 종업원의 집단탈출 소식이 전해진 뒤 북한정부가 일부 종업원들을 일시 귀국 조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베이징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엄격한 검증을 거쳐 해외 근무 허가가 난 종업원들이 집단탈출한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북한 당국이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은 물론 전 세계 외화벌이 일꾼들을 상대로 사상 재교육을 실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탈출한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닝보의 류경식당은 지난해 말 중국기업과 합작형태로 설립됐으며 일부 종업원들은 지린성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영업부진 등의 이유로 수개월 전 닝보로 옮겨와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이번 집단탈출과 관련해 중국 정부가 간접적인 용인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씩이 집단탈출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최소한 중국 당국의 묵인이라는 간접 협조는 있었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다만 이들 종업원이 탈북자가 아닌 중국 체류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탈북자에 비해 한국행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은 없었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북한과 인접한 중국 동북 3성을 관할하는 재외공관은 지난 9일 랴오닝·지린·헤이룽장 성의 교민과 기업인·선교사·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신변안전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공지문을 발송했다. 주선양 대한민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탈출 등의 상황을 맞아 북한이 뜻밖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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