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청년취업난 덜 근로시간 단축

한국 장시간 근로 세계적 수준

노동개혁 법안 조속한 통과로

'가족·저녁이 있는 삶' 보장하고

청년들에게도 기회 나눠줘야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2.5%에 달하는데 현장에서 청년들을 만나보면 이들이 느끼는 취업 현실은 훨씬 각박하다. ‘입사원서를 50군데 넘게 썼는데 면접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경력을 요구하니 인턴을 해야 한다’ ‘취업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여명이 지원해 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심각한 취업난과 고용 불안 속에 안정된 직장을 찾아 수많은 청년들이 오늘도 학원에서 밤을 지새우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렵사리 취업관문을 뚫고 입사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더라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회사에 얽매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4년 기준 2,05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멕시코와 칠레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지만 장시간 일해서 업무성과가 높은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공동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비과학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상습적 야근을 유발하고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일을 많이 하는 일본에서는 최근 정부가 근로자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장시간 근로 억제에 나섰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기업들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기업 문화 바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 주류회사 산토리는 현재 3,000명 이상의 직원을 1주일에 하루 이상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업체 닛산과 컴퓨터 시스템 업체 니혼유니스 등도 원격근무제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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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오명을 가진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근로시간 단축 등을 담은 노동개혁 법안은 지난해 9월 이후 실질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 법안은 주당 68시간까지 가능했던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줄이고 청년들이 많이 종사하는 금융업·광고업 등 근로시간 제한이 없었던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 52시간 넘게 일하던 280여만명의 근로자가 가족·친구와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15만명의 일자리를 청년들에게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또 법안에는 초과근로나 휴가를 저축해 필요할 때 장기간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도 포함돼 있다. 법이 시행된다면 청년들은 일 때문에 미뤄뒀던 여행이나 취미활동, 재도약을 위한 자기계발 시간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국회가 입법을 주저하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돼 기업은 투자와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채용을 줄이거나 채용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대기업이 60%를 넘고 있다. 당장 졸업시즌을 넘겼는데도 기업들은 채용 공고를 내지 않는 실정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청년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로 기업의 확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업들도 글로벌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를 개선해 근로시간 및 인적자원 관리의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스마트한 청년들이 기업에 적응할 수 있고 기업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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