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대한민국의 앞으로 4년을 결정하는 총선일이다. 봄 내음이 향기로운 요즈음, 혹자는 투표장을 뒤로 하고 산과 들로 나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주어진 한 표가 앞으로 내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그것은 당선자 확정 이후부터 시나브로 혹은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될 것이다. 미처 실감하지 못했던 투표용지 한 장의 위력을 말이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세상은 온통 인공지능과 첨단산업, 미래의 신성장동력을 운운하며 떠들썩하다. 그런데 이 틈바구니에 투표같이 작지만 엄청난 위력을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단언컨대 ‘반도체’를 꼽는다. 1990년대 이후 반도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 같은 산업이 돼왔다. 국민들은 국가대표전을 보듯 우리 반도체산업을 응원했다. 그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민들 다수는 반도체를 잊은 듯하다. 신경 쓰지 않아도 늘 잘하는 만년 우등생처럼 말이다. 그리고 미래의 신성장 산업이라며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를 읊는다. 하지만 이 순간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인공지능도 빅데이터도 모든 첨단 미래산업은 반도체에 담긴다는 사실이다. 1,200대 컴퓨터의 집결체라는 알파고도 현대인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도 작은 칩(반도체)에서 시작된다. 한 표밖에 행사할 수 없는 투표가 세상을 바꾸듯 자그마한 칩 하나에 무수한 데이터가 담기고 그것은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라는 혁신기술로 고도화돼 세상을 바꿔나간다.
오늘 아침도 신문을 펼치면 세상 곳곳마다 사건과 사고가 산재해 있다. 이런 어지러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미약하지만 작은 한 걸음이 바로 투표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양산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봤다. 훗날 초고도화된 신메모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그랬듯 세상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우리 반도체에 국민들의 계속된 관심과 지지가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