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헬스케어펀드가 하락장 속에서도 꿋꿋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헬스케어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4.6%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헬스케어펀드 평균 수익률은 -12.08%로 나타났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TIGER헬스케어ETF’가 12.16%로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했고 ‘미래에셋TIGER200헬스케어ETF’와 ‘동부바이오헬스케어1(주식)A’가 각각 8.42%, 5%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반면 해외 헬스케어펀드는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프랭클린미국바이오헬스케어자(주식-재간접)1A’의 성과가 -20.30%로 가장 나빴다. 이어 ‘미래에셋글로벌헬스케어(주식)A’와 ‘한화글로벌헬스케어자(주식)A’도 각각 -12.22%, -12.15%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를 이끌던 헬스케어 관련주(제약·바이오)는 올 들어 고평가 논란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는 제약업체와 해외 수출에 성공한 바이오업체들이 주목 받으며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국내 주요 헬스케어 기업 11개의 올 1·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급락했던 국내 헬스케어 지수는 3월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며 “견조한 내수 시장 성장과 확대되는 의약품 수출을 감안하면 국내 헬스케어 업종의 장기 성장성은 밝다”고 평가했다.
반면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는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악재에 휩싸였다. 클린턴 민주당 예비후보가 지난해 말 대선 공약으로 내건 약가 규제 발언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값을 내리고 저렴한 복제약 수입을 확대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또 고평가 성장 섹터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헬스케어 관련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시장전문가들은 정치적 이슈는 갈수록 잠잠해질 것인 만큼 성장성이 확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고려할 때라고 권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펀더멘털 변수로 본다면 미국 바이오·제약 업종은 분명한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 파장이 주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순 있으나 중장기 펀더멘털 개선과 기술혁신 속도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펀드도 헬스케어 지수나 섹터에 투자하기보다 우수한 개별 기업을 발굴해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주식]A’는 MSCI헬스케어 지수 등 벤치마크를 따라가지 않고 시장에 덜 알려진 종목들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2월1일 기준 이 펀드는 일본의 M3(4.89%)와 한국의 메디톡스(3.72%) 등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해 여타 글로벌 헬스케어펀드들이 미국의 화이자·세엘진·로슈홀딩스 등을 상위권에 두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연초 후 수익률은 -7.32%로 글로벌 헬스케어펀드 중 가장 낮은 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