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2금융

신용전망 무더기 하향... 흔들리는 캐피털

車금융 경쟁에 신규 수익원 없어

일부사 기존 사업마저 축소할 판

캐피털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무더기로 떨어지면서 자금조달과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캐피털사들이 뚜렷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자동차금융 부문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캐피털 업계에 대한 재무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캐피털사는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사업마저 줄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10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군인공제회가 보유한 한국캐피탈의 신용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변경했다. 캐피털 부문의 업황 부진으로 대손 부담이 우려되고 유동성 관리가 취약하다는 게 전망 하향의 이유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지난달 아주캐피탈의 신용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낮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전망 하향 조정과 관련해 “신차 금융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구조적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최근 자금조달 시장의 위축으로 재무 안전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회사채 시장에서 캐피털채 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채권유통시장에서 A+등급 일반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의 금리차는 지난해 7월만 해도 10bp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20bp까지 벌어졌다. 수요예측 결과도 암울한 편이다.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투자캐피탈은 지난달 1년6개월과 3년 만기의 무보증사채를 각각 300억원, 200억원 발행하려 했는데 수요예측 결과 3년 만기물에는 수요가 전혀 없었다. 결국 1년6개월 만기물의 발행물량을 늘려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역시 지난달 2·3·7년 만기물을 각각 발행하려 했지만 2년 만기물에는 수요가 전혀 없어 3년과 7년 만기물만 발행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관련기사



이처럼 캐피털사들의 채권시장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주된 이유는 주사업 영역인 자동차금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캐피털사를 새로 설립하는가 하면 카드사들까지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금융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말 KB캐피탈과 합작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회사인 SY오토캐피탈을 설립했고 그 결과 쌍용차의 할부·리스를 담당하던 캐피털사들의 먹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 카드사들이 과거 캐피털사와 연계하던 사업 방식 대신 직접 할부상품을 내놓으며 캐피털사의 경쟁자로 등장하게 됐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은행과 자동차 제조업체 계열 캐피털사를 제외하면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며 “업황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캐피털사들의 사업 위축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채권발행이 여의치 않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조달하고 있는데 여건이 너무 안 좋다”며 “자금조달이 줄어드는 만큼 올해 계획했던 사업들을 재검토해 연기하거나 축소해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