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앞다퉈 적용한 다양한 주택 평면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평면이 수십 개로 나뉘면서 한 평면에 해당하는 가구 수가 턱없이 적어 거래 성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단지가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지난해 11월 분양한 ‘헬리오시티’다. 이 아파트는 9,510가구의 대규모 단지지만 평면은 총 30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한 평면당 평균 310가구 꼴이다. 일반분양(1,558가구)에서 선보인 주택 평면도 23개나 된다. 일반 분양의 경우 한 평면당 평균 67가구꼴로 110㎡A형은 330가구로 넉넉한 편이지만 84㎡B형은 3가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아파트 거래 시 같은 평형이라도 워낙 평면이 다양하고 위치나 층, 동·호수 등 차이가 많아 매수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근 S 공인 관계자는 “아직 일반분양분은 전매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평면을 보고온 매수자는 최근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원하는 주택 평면을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 하더라도 단지 내 위치나 층이 문제가 될 경우도 있어 가격 협상까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주택형을 다양화하려는 건설사들 노력의 결과가 주택 매매를 어렵게 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10월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 상황을 조사한 결과 한 개 단지에서 평균 5.4개의 평면을 선보였다. 평면이 10개가 넘는 단지도 23곳이나 됐다. 예전에는 하나의 면적에는 한 개 평면만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결국 집이 ‘사는(buy)’ 곳이 아닌 살아가는 곳이라는 주거 문화 변화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지금은 매매에 걸림돌이 된다고 하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희소성 등이 부각돼 또 다른 방향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