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12번홀의 악몽'…스피스, 다 입었던 그린재킷 윌렛에 내줬다

[마스터스 최종]

스피스, 통한의 쿼드러플보기로 2연패 물거품

5타 줄인 윌렛 우승…잉글랜드 선수론 20년만

잉글랜드의 대니 윌렛(왼쪽)이 11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뒤 대회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의 도움을 받아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오거스타=AFP연합뉴스잉글랜드의 대니 윌렛(왼쪽)이 11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뒤 대회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의 도움을 받아 그린재킷을 입고 있다. /오거스타=AFP연합뉴스


조던 스피스(23·미국)가 한쪽 팔을 넣은 것으로 보였던 그린재킷을 ‘지옥의 30분’에 날려 버렸다. ‘명인열전’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은 실수 없는 경기를 펼친 대니 윌렛(29·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 전반 9개 홀을 치렀을 때까지만 해도 스피스는 2연패를 향해 순항을 이어갔다. 3라운드까지 순위표 맨 윗줄을 놓치지 않은 그는 전반에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2위 그룹에 5타나 앞서며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가장 까다롭다는 10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고 11번홀(파4)에서 1타를 더 잃었어도 스피스의 우승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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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성적최종성적


하지만 ‘아멘 코너(11~13번홀)’의 두 번째 관문인 12번홀(파3)에서 재앙을 만나고 말았다. 12번홀은 길이가 짧지만 그린 앞으로 ‘래(Rae)의 크리크’라는 이름의 개울이 흐르고 그린 뒤로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 역대로 피해자가 속출했던 곳이다. 티샷을 개울에 빠뜨린 게 참사의 시작이었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지역에서 친 3타째도 뒤땅을 파는 두꺼운 샷이 나오면서 다시 물에 빠졌다. 같은 자리에서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빠졌고 결국 7타(6온 1퍼트) 만에 홀을 마쳐 4타를 잃는 쿼드러플보기를 적어냈다. 타이거 우즈(미국·2001~2002년) 이후 14년 만의 마스터스 2연패와 2년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대기록이 사실상 무산된 장면이었다. 스피스는 “(10~12번홀을 치른) 30분은 절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한동안 상처가 될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스피스는 1오버파 73타(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 윌렛(5언더파)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마감했다.


물론 윌렛의 우승은 스피스의 추락에 힘입은 면이 컸지만 마지막 날 견고한 플레이가 뒷받침됐다. 스피스에 3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윌렛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뽑아내 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잉글랜드 선수로는 닉 팔도(1989·1990·1996년 우승) 이후 2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 출전 여부를 고민하다 첫 아들이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면서 이번 대회에 나온 윌렛은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와 함께 180만달러(약 20억7,600만원)의 상금을 챙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윌렛은 “꿈같은 일이다. 우승이 나를 덮쳤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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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에 2타를 줄인 윌렛은 스피스가 무너진 사이 13번(파5)과 14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해 4타 차 선두가 됐다. 스피스는 이후 13번과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좁히며 만회를 노렸으나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끝에 보기를 범하면서 단독 2위도 유지하지 못했다. 윌렛은 세계 12위에서 9위로 올라갔고 세계 1위를 되찾으려던 스피스는 2위에 그대로 머물렀다.

20년 만에 우승한 윌렛을 비롯해 잉글랜드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5명이나 톱10에 포진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메이저 무관의 강자 리 웨스트우드가 공동 2위, 폴 케이시 공동 4위(1언더파), 매슈 피츠패트릭 공동 7위(이븐파), 저스틴 로즈는 공동 10위(1오버파)에 자리했다. 세계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을 노린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나란히 공동 10위로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마쳤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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