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차량지능화사업부' 신설…삼성 스마트카 진출에 맞불

[핫이슈] 삼성, 현대차 치열해지는 스마트카 경쟁

현대차, 스마트폰 기능 통째 이식

'달리는 알파고' 이른 시일내 출시

삼성은 경영전략, 기획통 전면에

그룹 미래 명운 건 자존심 싸움 예고





자율주행자동차(스마트카) 시장 선점을 위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재계 1·2위인 두 그룹은 지난 2000년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서 손을 뗀 뒤 공통 사업영역 진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스마트카가 제조업 분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다시 한 번 각사의 명운을 건 자존심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차량지능화사업부’를 신설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기존 ‘차량IT서비스 사업부’를 확대 재편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5일 내놓은 ‘초연결지능형자동차(hyper-connected and intelligent car)’ 개발 마스터플랜이 차량지능화사업부의 첫 작품이다. 현대차는 개발 청사진을 통해 스마트폰 기능을 차량에 통째로 이식하고 완벽한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등 근 시일 내에 달리는 ‘알파고’를 내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직후 현대차 내부에서 ‘이제 경쟁 상대는 벤츠나 포드가 아닌 구글·애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왔다”며 “이번 조직개편도 그 같은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차량지능화사업부가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에 맞서 링 위에 오르면서 양 사업부를 이끄는 수장에게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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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측 수장은 삼성전자 출신의 황승호(사진) 부사장이다. 황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형적인 엔지니어로 삼성전자 LSI사업부 M&C사업팀장(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4년 현대차로 넘어와 차량IT서비스사업부를 이끌어왔다. 그는 모뎀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의 전문가로 삼성전자 등 IT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으라는 특명을 받았다.

현대차가 정통 엔지니어를 앞세워 공세에 나선 반면 삼성은 경영전략·기획통을 앞세웠다. 삼성 전장사업팀 수장인 박종환 부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옛 구조본 재무팀과 삼성전자 경영지원팀 기획담당 등을 두루 거쳤다. 1995~1997년에는 옛 삼성자동차에서 경영전략담당으로 일한 경험도 있으나 기술보다는 기획 전문가에 가깝다.

양사 리더의 ‘출신’ 차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향후 사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한 현대차와 그렇지 못한 삼성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10년 내 스마트카를 내놓겠다는 분명한 청사진을 이미 내놓았지만 삼성은 지난해 말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 + entertainment)’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수준의 소극적인 전략만 공개한 상태다.

실제로 삼성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내놓은 ‘삼성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에 “미래차 사업은 아직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삼성이 10여년 전부터 검토해왔던 사업”이라며 “바이오사업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이 확정되면 그 이후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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