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페이' 우군 확보...이재용, 금융영토 개척 본격 나서나

이재용 부회장, 금융지주 회장과 연쇄회동

中·美 등 글로벌 CEO와 작년이후 10여차례 회동

대기업 오너가로 국내 금융사 수장과 만남은 처음

국내서도 카드사업·부동산 매각 등 협업 강화 나서







삼성은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시틱(CITIC)과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자산운용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의 글로벌 금융 시장 공략 사업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5월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선물을 각각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금융사업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금융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다. 현재 삼성전자를 빼면 그룹 내 순이익의 70% 이상을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가 담당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4개 금융계열사의 순이익은 2013년 1조3,967억원에서 지난해 2조6,321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카드 등은 저금리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룹 내에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간편결제인 ‘삼성페이’의 확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 중이다. ‘삼성페이’는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신형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에 날개를 달아줄 무기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삼성페이’ 서비스 확산을 위한 금융권과의 협업에 관심이 많다.

물론 지난해에는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매각설이 나돌면서 삼성의 금융 사업 의지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를 부인하면서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됐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이 부회장과 주요 금융지주 수장과의 만남은 이 부회장의 금융영토 개척이나 추가적인 사업구상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금융 산업을 어떻게 해나갈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조언을 얻는 자리 아니겠느냐”며 “국내 금융산업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만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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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는 해외 금융사들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해왔다.

우선 세계적인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회동을 강화해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창전밍 시틱(CITIC)그룹 동사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국내를 찾은 거화융 유니온페이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주요 카드사 CEO들과 만나 삼성페이의 확대 방안을 얘기했다. 지난 2014년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 보험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PICC) 대표 등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의 금융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뉴욕생명과 합작법인 설립을 시도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세계 최대 금융재벌 가문인 영국 로스차일드가(家)와 1조원 규모의 사모펀드(PEF) 조성에 합의하기도 했다.

시틱그룹과의 협력도 강화됐다. 지난해 초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시틱그룹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삼성증권이 시틱증권과 리서치, 프라이빗뱅킹(PB)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런 줄기에서 이번 4대 금융그룹 회장과의 회동은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대기업 오너가가 국내 금융지주사와의 만남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관심이 국내 금융 산업에도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페이를 비롯해 핀테크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보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권과의 협력이 필수다.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가 가능하다.

국내 금융권과는 부동산 매각 등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 매각 당시 일부 금융사와도 말이 오갔지만 결국은 부영이 가져갔다. 저금리 시대인 점과 그룹 차원에서 불요불급한 부동산과 사옥을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권이 해당 물건 처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매각 같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를 논의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화학과 방위산업 같은 비주력 사업을 잇달아 매각했고 제일기획도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계열사 일부도 충분히 팔 수 있다는 추측이 계속 나온다”면서도 “삼성 측에서 적극적으로 금융계열사 매각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다 금융지주 회장들과 돌아가면서 만나는 자리에서 이 같은 말이 오갈 확률은 낮다”고 전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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