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의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리지는 증권사들이 주식·채권 등을 투자 중개해주면서 받는 수수료로 증권사 수익의 30~4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이다. 주식 부문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에서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을 합치면 현재 독보적인 1위인 키움증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2강 체제가 구축되고 브로커리지 순이익에서는 압도적인 1위에 등극한다. 반면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결합은 KB의 점유율이 워낙 낮은 탓에 위상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KB·현대 통합은 순이익 측면에서 2위인 NH투자증권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3위로 올라서게 된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주식 부문 수수료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 출범하는 미래에셋대우는 시장점유율과 순이익에서 최강자급으로 성장하게 된다. 국내 주식투자 중개 시장점유율은 키움증권이 17.64%로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미래에셋증권(8.87%), 신한금융투자(7.32%), NH투자(6.78%), 대우증권(6.71%)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증권 인수를 앞둔 KB투자의 점유율은 1.91%로 14위권이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의 시장점유율은 15.58%로 높아져 1위인 키움증권을 2%포인트 이내로 추격하는 2위로 올라선다. 3위인 신한금융투자와는 점유율이 2배 정도 차이가 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주식 중개 시장의 압도적인 선두인 키움을 위협하면서 3위와 큰 격차를 벌려 2강 체제를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 중개사업 순이익에서는 명실공히 업계 1위로 상승한다. 주식 중개 순이익 순위는 1위인 NH투자(4,092억원)가 삼성증권(3,956억원), 대우증권(3,760억원)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선두에 올라있다. 그 뒤는 한국투자(3,529억원), 현대(3,301억원), 메리츠종금증권(2,404억원), 신한(2,207억원), 하나금융투자(2,096억원), 대신증권(2,033억원), 미래에셋(1,941억원)이 잇고 있다. 3위인 대우와 10위인 미래에셋이 결합하면 6,164억원으로 NH투자를 제치고 강력한 1위로 올라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지난해 국내 주식 중개 수수료율이 0.03%로 온라인에 특화된 키움증권의 0.01%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다”며 “대우증권이 0.12%로 업계 평균 수준인데다 전산 통합 작업을 거쳐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 수익성이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KB투자와 현대의 결합은 주식 중개 시장점유율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순이익 측면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 특히 KB투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브로커리지 시장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주식 중개 시장점유율은 현대(4.20%)와 KB투자(1.91%)를 합치면 6.11% 수준으로 현대의 시장점유율 순위에 변동이 없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다. 현대(3,301억원·5위)와 KB투자(782억원·19위)의 브로커리지 수익을 합치면 4,083억원으로 삼성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오르는 것. 새로 탄생하는 미래에셋대우를 감안해도 3위권에는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