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설비투자가 절벽에 부딪혔다. 설비투자 증감률은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전기 대비 -1.2%)로 돌아선 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6.5%)과 2월(-6.8%)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해 1·4분기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설비투자 증감률이 2분기 이상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과거에도 가끔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처럼 감소폭이 컸던 경우는 없었다. ★관련 기사 2·3면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1일 이와 관련해 “설비투자는 1·4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며 “최신 데이터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설비투자 증가폭이 4.4%에 달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수출이 점차 개선되고 투자·고용·배당이 저조한 기업들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도 약발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 속에 설비투자의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회복 지연 및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며 “기업 구조조정과 설비투자 증가가 동시에 이뤄져야 경제의 중장기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기업투자 위축→고용 축소→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실물경기 둔화→경제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설비투자를 늘리는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재정·세제 지원 패키지를 담은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투자절벽 대책은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고부가가치 신사업 투자,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 유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한미약품을 방문한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 육성을 위해 수출금융을 오는 2020년까지 두 배(4조원→10조원) 이상 늘리고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기술 연구비용을 R&D 세액공제(20~30%)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방안의 일환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 신산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 대상 범위 및 비율을 더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FDI 유치를 위해 외투 기업의 법인세 감면기간(현행 3년간 100% 면제, 이후 2년간 50% 감면)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