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재고 넘쳐 새공장 엄두 못내...구조조정 부진도 설비투자 걸림돌

설비투자 왜 줄었나

재고율 금융위기후 최고·가동률 6년여 만에 최저

경기 불투명한데다 정부 규제혁파도 큰 진전없어



최근 설비투자가 급감하는 것은 단기·장기 악재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우선 제조업 재고가 급증한 게 크다. 당장 창고에 안 팔린 물건이 쌓여 공장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데 새 공장을 지을 수는 없다. 제조업 재고율은 1월 128.5%로 금융위기 (2008년 12월·129.5%)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월에도 128%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1월 72.3%로 2009년 4월(72.5%)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기상황도 원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투자와 고용에 가장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공장을 짓고 새롭게 인원을 충원했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공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되고 인원도 쉽게 해고할 수 없어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손해로 남는다. 기업의 경기전망인식을 보여주는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월 65(제조업 기준)로 2009년 4월(57) 이후 가장 낮았다. 4월에도 66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구조적으로는 ‘좀비기업’ 정리에 진척이 없는 것도 설비투자 부진의 큰 이유다. 경제 전체적으로 유망한 기업에 정책자금이 원활하게 흘러가야 이들이 활발히 투자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근근이 버티는 기업들이 정책자금을 가로채며 정상적인 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근 설비투자 현황의 평가 및 시사점’을 보면 한계기업(비금융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이하)은 2011~2014년 중 연평균 설비투자 증감률이 -20.9%로 정상기업(2.2%)에 비해 크게 뒤졌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이 2011~2014년 중 전체 설비투자 증감률을 연평균 1.2%포인트씩 갉아먹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규제혁파에 큰 진전이 없는 것도 기업 투자의 걸림돌이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내 2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급한 조치로 ‘적극적 규제완화’를 꼽은 응답자가 31.5%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3.7%),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10.7%)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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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사이클상 제조업 도입·성장기에는 설비투자가 활발하지만 성숙·쇠퇴기에는 후퇴한다”며 “우리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투자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국내 부가가치 증가율은 1970~1985년 28.6%에서 2001~2013년 중 7.5%로 급감했다. 이외에 재벌의 3세·4세 경영기로 접어들며 기업가정신이 사라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나라별 부자 순위 50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무려 49명이 창업자인 반면 한국은 12명에 불과했다. 우리 기업가 정신지수도 1976년 150.9에서 2013년 66.6으로 37년 사이 반토막(한국경제연구원 분석) 났다.

정부도 이런 구조적인 투자부진 이유를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투자·고용·배당에 부진한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했지만 약발은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정민 연구위원은 “투자를 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곳이 없어 배당에만 집중하는 등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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