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6·25 참전 재일 학도의용군 조국 품서 잠들다

이봉남씨 입국 하루만에 타계

이봉남이봉남




6·25전쟁이 터지자 재일 학도의용군으로 자원해 북한군과 싸운 이봉남(사진)씨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12일 국가보훈처와 유족에 따르면 이씨는 10일 오후2시30분 서울 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 일본 도쿄에 살던 이씨는 조국에서 영면하겠다며 이달 9일 입국한 지 하루 만에 조국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씨는 광복 후 일본에 살고 있었으나 6·25전쟁이 발발하자 일신의 안일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려 전쟁에 뛰어든 재일 학도의용군이다. 당시 학업이나 생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건너온 재일 학도의용군은 642명에 달한다. 이씨도 6·25전쟁 발발 당시 31세로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결혼해 자녀까지 두고 있었으나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는 싸움에 나섰다.


생전 이씨는 “조국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라디오로 듣고 ‘또다시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슬픈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참전을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관련기사



유엔군에 속해 한국으로 건너온 재일 학도의용군은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으며 원산·이원 상륙작전, 갑산·혜산진 탈환작전, 백마고지 전투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재일 학도의용군은 ‘세계 최초의 유학생 학도의용군’으로도 불린다. 지난 1967년 중동전쟁 때 외국 유학 중이던 이스라엘 청년들이 조국으로 돌아간 것보다 17년이나 앞선다.

재일 학도의용군 전사자는 135명에 달하지만 미군에 배속된 탓에 오랫동안 한국군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들은 1992년에야 한국군 전사자로 인정됐고 2014년에는 이들을 기리는 충혼비가 도쿄에 세워졌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이씨를 포함한 재일 학도의용군 노병들에게 호국영웅기장(메달)을 수여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재일 학도의용군은 약 30명에 불과하다. 이씨는 6·25전쟁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가서는 재일 학도의용군 동지회장으로 활동하며 역사가 재일 학도의용군을 기억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황호숙씨와 아들 종원씨 등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중앙보훈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8시,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