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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은 지금 ¦ 두산그룹] 재계 4세 경영 시대 연 박정원 회장 두산 위기 불 끄는 '소방수' 역할 주목



박정원 신임 회장(사진)은 두산그룹 앞에 산적한 악재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그룹 사령탑에 취임했다.박정원 신임 회장(사진)은 두산그룹 앞에 산적한 악재를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그룹 사령탑에 취임했다.


포춘코리아는 지난 3월호에서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의 경영 난국 타개 승부수를 살펴보는 기사를 다룬 바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직후 박용만 회장이 선택한 카드는 그의 맏조카인 박정원 (주)두산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이었다.

이제 경영위기에 처한 두산그룹의 향배는 박정원 신임 회장에게 달려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박 회장의 취임에 국내 재계 첫 4세 경영 시대 개막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팡파르를 울릴 상황이 아니다.


두산그룹 앞에 산적한 악재를 해결해야 하는 박 신임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됐다. 과연 박정원 신임 회장이 내놓을 두산그룹의 위기 타개책은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그룹 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두산그룹이) 턴어라운드할 준비는 마쳤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왔다.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2일 두산 이사회에 참석한 박용만 당시 두산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회장직 사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재계의 예상대로 후임 회장직은 그의 맏조카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주)두산 회장에게 돌아갔다.

개인보다 팀플레이를 강조하는 경영철학

박정원 신임 두산그룹 회장은 그동안 그룹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한 박 신임 회장은 이후 동양맥주, 두산상사 BG(Business Group), 두산건설을 거쳐 지난 2012년(주)두산의 회장에 취임한다. 특히 (주)두산 회장 취임 후에는 그룹 차원의 주요 인수합병(M&A)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신성장동력 발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지난 2015년 면세점사업 진출 당시 내세운 ‘동대문 상권의 부흥과 상생’이라는 방향성 역시 박 신임 회장의 작품이다. 박용만 전 회장도 맏조카의 경영능력에 대해 두터운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박정원 신임 회장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두산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말한다. “박 신임 회장은 언제나 ‘팀플레이’를 강조합니다. 기업의 성과는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팀플레이를 통해 도출된다는 거죠. 팀이 만든 성과는 개인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평소 박 신임 회장의 지론입니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박 신임 회장이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 구단주로 활동하며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몇몇 특정 선수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박 신임 회장 역시 종종 사석에서 ‘야구를 보며 경영을 배운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가 타 구단 구단주보다 자주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두산베어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시즌 내내 이어진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과 약화된 전력을 극복하고 이뤄낸 그야말로 ‘미라클 두산’의 결정체였다. 특히 지난해 부임한 김태형 두산베어스 감독은 프로야구단 감독을 맡은 첫해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승부사 기질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두산베어스의 우승을 이끈 초보 감독의 모습은 자연스레 박정원 신임 회장에게도 겹친다. 박 신임 회장도 그동안 곳곳에서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며 두산맨이 된지 31년 만에 재계 11위의 거대기업 두산그룹을 이끌게 됐다. 과연 박 신임 회장은 어떤 리더십으로 두산그룹의 변화를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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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박정원 신임 회장은 두산베어스를 상징하는 ‘화수분 DNA’를 두산그룹 전반에 이식해 성장의 실마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두산베어스 2군 구장 ‘베어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한 박정원 신임 회장(가운데).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박정원 신임 회장은 두산베어스를 상징하는 ‘화수분 DNA’를 두산그룹 전반에 이식해 성장의 실마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두산베어스 2군 구장 ‘베어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한 박정원 신임 회장(가운데).


승부사 박정원, 과감한 구조조정 하나

재계에서는 위기의 두산그룹을 살릴 박 신임 회장의 승부사 기질에 주목한다. 그가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소위 은둔형 CEO로 불려 왔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승부사적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박정원 당시 두산상사BG(이하 두산상사) 사장은 매년 두산그룹의 1년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연례행사인 ‘두산경영대상’에서 두산상사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했다. 당시 두산상사는 그룹 주력사업이 중공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종합상사라는 업종 자체가 불경기이기도 했지만 취약한 재무구조와 수익사업 부재는 두산상사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당시 박 사장은 수익사업 위주의 과감한 포트폴리오 개편을 진두지휘하며 두산상사를 맡은 지 불과 1년 만에 매출 30% 신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두산상사가 그룹의 모태인 ‘박승직상점’의 사업을 물려받은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박정원 신임 회장이 맞닥뜨린 두산그룹의 현실 역시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 당장 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274억 원에 그쳤고, 두산건설은 1,69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대다수 계열사 역시 위기에 봉착하며 지난해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73% 감소한 2,646억 원에 머물렀다.

재계에서는 박 신임 회장이 과거 두산상사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을 완료하며 약 1조1,300억 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추가적인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리고 있다.

A씨는 “당장 두산그룹과 박정원 신임 회장의 눈앞에 놓인 당면과제는 사업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두산의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면세점을 포함한 유통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축으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화수분 DNA’ 주입도 당면 과제

지난해 두산그룹은 실적 부진보다 더욱 뼈아픈 사건을 경험했다. 바로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불거진 ‘신입사원 명예퇴직’ 논란이었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에 급기야 박용만 당시 회장은 직접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그 사태의 여파는 고스란히 두산 조직 내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자신이 명예퇴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함에 스스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는 것이 두산 계열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대변되는 두산의 인재경영에도 자연스레 빨간불이 켜졌다. 박정원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가 깜빡이는 위기의 빨간불을 파란불로 바꾸는 것이다. 박 신임 회장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곧장 두산베어스의 전지 훈련장이 위치한 일본 미야자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물론 단순히 구단주로서 코치진과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두산베어스가 잠재력 있는 신인 선수를 발탁하고 꾸준히 기회를 부여해 성장시키는 ‘화수분 야구’로 정상에 올랐듯, 두산그룹 내부에도 화수분 DNA를 주입해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은연중에 나타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박 회장은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 반드시 참석할 정도로 인재 양성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두산베어스를 우승으로 이끈 화수분 DNA를 두산그룹 전체에 이식해 성장의 실마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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